[휴먼n스토리] '위기 탈출 특명' 이성현 민물장어 수협 조합장

입력 2019-04-28 08:00  

[휴먼n스토리] '위기 탈출 특명' 이성현 민물장어 수협 조합장
양만업계 "키울수록 손해"…유통구조·검역절차 개선 등 위기 극복 앞장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지난해 12월, 지난 1월 무렵에는 3일 걸러 하나씩 (양식장이) 경매로 나왔어요. 기존에 양식하던 사람도 그만두고 싶어 하는데 누가 고생을 하려고 하겠어요."
지난 3월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에 당선해 취임한 이성현 민물장어 양식 수산업협동 조합장은 28일 업계 위기상황을 이렇게 압축했다.
장어를 키워 팔수록 손해만 커지는 상황 탓에 지난해만 해도 550여개 양식장 가운데 절반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치어 구매비, 전기세, 약품비, 인건비 등 생산 원가는 ㎏당 1만5천원에 달하는데 도매 출하가는 1만3천원에 그치기도 했다고 업계는 전했다.
치어는 부족하고, 사료는 비싸고, 줄어든 소비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당장 불황 탈출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조합장은 "아주 기가 막히다"며 유통구조 난맥상을 전했다.
양식 어민은 치어 매매상에게 선불로 돈을 주고 나면 그때부터 끙끙 앓는다.
거래상이 팔기로 약속한 종에 다른 종을 섞어서 넘길까 봐, 돈을 떼일까 봐서다.
다른 종이 일정 비율 이상 섞이면 수입 통관 절차에서 전량 폐기되는 사례도 있다.
맨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어민들은 일부 업자의 농간에 큰 피해를 보고 만다.
열흘, 보름 기다리면 치어가 온다는데 바람 불고 날씨가 좋지 않아서 도착은 미뤄지고 그사이 치어값은 올랐다가, 내렸다가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한다.
어렵게 키워 손해를 보고 내다 판 장어를 소비자들은 비싸서 못 사 먹겠다고 하니 어민들의 시름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 조합장은 유통구조를 단순·투명하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인들이 직접 구매하지 않고 조합에 돈을 예치하면 조합에서 치어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송금하는 형태로 구매 대행 업무를 해주고 판매업자, 생산자, 조합 사이 계약이 이뤄지면 거래도 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이 돈이 필요한 시기에 '홍수 출하'를 했다가 장어 가격이 내려가 낭패를 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적절한 대출 관리와 출하 시기 조절로 가격 안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이 조합장은 역설했다.


정부를 상대로 검역과 유전자 분석 등 까다로운 통관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설득·건의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전남 장흥 관산에서 30년 넘게 양만업에 종사해온 그는 물에 손을 담그기만 해도 장어들이 먹이를 잘 먹을 상태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만큼 숙련된 기술로 자신의 양식장을 키워놓았다.
여유로운 노후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가 조합장으로 나선 데는 업계 위기에 대한 부채의식이나 사회적 책임도 한몫했다.
이 조합장은 "막상 취임하고 업계와 관련 기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고생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웃으며 "업계가 이렇게 어렵게 된 데 종사자로서 책임감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오늘뿐 아니라 내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식량 안보를 지켜야 한다"며 "생산자를 보호하고 질 좋은 장어를 국민에게 보급해 어민, 식당, 소비자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조합의 소명에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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