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이슈, 선거자금, 고령, 여성 접촉 의혹 등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내는 등 행정부와 의회에서의 오랜 공직생활에 따른 전국적인 인지도 덕분에 단숨에 2020년 대선 민주당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위권인 진보계 대표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을 크게 앞서고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 등록당원들로부터 72%라는 높은 긍정평가를 받는 등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 맞설 최종 후보로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수 시험을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 매체 더힐은 25일 바이든이 모두 20명이 경쟁을 벌일 치열한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앞으로 거쳐야 할 7개 주요 관문을 지적했다.
바이든 이 당면한 첫 리트머스 시험지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이다.
대선 출마자 가운데 처음으로 탄핵 지지를 천명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을 비롯해 줄리언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 장관,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이 탄핵추진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반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지난 1998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추진이 자칫 역풍을 초래할까 우려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 내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진보계는 대부분 트럼프 탄핵을 지지하고 있어 바이든으로서는 자신의 진보적 성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탄핵을 지지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처럼 먼저 뮬러 특검보고서 내용에 대해 조사를 촉구하면서 당분간 관망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절대 (탄핵에)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탄핵을 주저하는) 현실적인 접근을 취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바이든이 예상보다 빨리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문제이다. 바이든은 자신의 선거운동을 당의 단합을 추구하는 계기로 삼기위해 러닝메이트를 조기에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출마 선언 한참 전인 지난 3월 조지아주 하원 민주당 지도자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방안이 보좌관들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백인으로서 78세의 고령인 바이든의 상황을 고려할 때 흑인 또는 여성 부통령 후보를 조기에 지명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반면 의도가 두드러진 이러한 전략이 반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내 진보계가 내세우고 있는 보편적 의료혜택과 대학 무상 교육에 대한 입장이다.
바이든의 후보선출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은 상당수 그가 당내 진보계 풀뿌리 계층의 다분히 파격적인 주장들을 수용할 수 있는가이다. 바이든은 결국 모든 국민에게 의료혜택을 부여하는 보편적 의료제도와 기후변화시책인 '그린 뉴딜'에 대한 태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출마 선언한 후보들 가운데 최소한 5명의 상원의원이 보편적 의료제도에 지지를 표명했고 6명의 상원의원이 그린 뉴딜에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그러나 오하이오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지에서 높은 지지도를 과시하고 있는 바이든은 만약 진보적 이슈들을 껴안을 경우 이들 지역에서 불리할 수 있는 만큼 진보적 이슈들에 대한 입장 정리가 바이든의 최대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선거자금 조달방법도 문제이다. 경쟁자인 워런 후보는 이미 이른바 큰손들의 거액 기부를 배제하고 소액기부자들로 후원망을 구성하고 있다.
바이든이 어떤 방식을 택할지 미지수이다. 바이든도 평당원들의 소액기부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으나 큰손들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기업과 노조가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정치 행동조직인 이른바 슈퍼팩(super PACs) 문제도 있다.
바이든은 그 자신 2016년 대선 당시 샌더스 후보에게 슈퍼팩을 멀리하라고 조언한 바도 있다. 슈퍼팩에 의지할 경우 일반 유권자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민주당 경선에서는 슈퍼팩의 도움을 받지 않고 대신 본선에서 슈퍼팩의 지원을 받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출마 선언 전 이미 논란을 초래한 여성과의 과도한 신체 접촉 의혹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문제이다. 언제라도 여성 유권자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이 사안에 대해 바이든은 필요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략가들과 기부자들은 이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바이든이 좀 더 진지하게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36년간의 상원의원 재임 기간 자신이 관여한 주요 논란 사안에 대한 해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법사위원장 시절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인준청문회와 1994년 통과된 형사법, 그리고 이라크전 찬성투표 등이다.
바이든은 지난 1월 흑인들에 불리한, 코카인 소지를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가결한 것은 큰 실수였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의 오랜 주요 공직경력과 폭넓은 사안 처리는 국정 능력 면에서 한편으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바이든은 당내 경쟁자들에 비해 독보적인 국정경험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고령에 구시대 정치인으로 미래 정치인은 아니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선거는 미래를 지향하는 것인 만큼 바이든은 자신에 대한 이런 관념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는 역시 고령인 샌더스 의원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 생각이 미래지향적임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인 로델 몰리노는 바이든이 선거운동 기간 역동적인 활동을 통해 고령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상당수 상원의원이 70~80대임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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