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회 토론회서 "개발부터 정관계 지원 의혹" 제기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와 관련, "허가 과정에서 로비가 의심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윤소하 의원실과 시민단체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가 최근 벌어진 인보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공동 주최한 자리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HC)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주사제다. 최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사무처장은 "해외에서 유전자치료제는 희귀난치성 치료제나 암 치료에만 국한해 사용될 뿐 노화로 인한 퇴행성 관절염 등 상대적으로 흔한 질환에는 쓰이지 않는다"며 "아직 장기적인 추적을 통한 안전성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의 허가 과정과 발표 시점이 석연치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뒤바뀐 세포에 대한 중간결과를 보고한 건 3월 22일이고, 최종 결과는 29일에 알렸는데 식약처는 31일이 돼서야 알렸다"며 "식약처의 발표 지연이 첨단바이오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의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 통과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의 심사·허가 기간 단축 등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첨단바이오법은 3월 28일 복지위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후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 사무처장은 "허가 심사 당시인 2017년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는 7명 중 6명이 반대해 인보사를 불허했으나 두 달 만에 열린 중앙약심 회의에선 허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이 과정에서 코오롱[002020]의 로비가 있지는 않았는지, 이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인보사는 부실한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400억원의 지원을 받았다"며 "코오롱이 대국민 사기를 벌였다면 식약처가 검증해야 하는데,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수 건강과대안 운영위원 역시 중앙약심 결과가 두 달 만에 바뀐 데 의혹을 제기하는 입장을 보탰다.
김 운영위원은 "첫 번째 중앙약심에서는 골관절염 증상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 위험성을 사용하는 건 위해가 크다고 했다가 두 달 만에 허가로 의견이 바뀌었다"며 "허가 과정이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은 개발 초기부터 293유래세포가 사용돼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이 회사는 셀라인(세포주)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무능하거나 사기이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 안전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규진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인보사는 정권의 친기업적 정책이 초래한 사태"라며 "규제가 산업 발전을 망친다는 구시대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규제 완화 흐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제기된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에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인보사 허가 당시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연골재생 효과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조건을 밝히는 등 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내용을 명확히 알렸다"며 "회사 역시 허가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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