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꽃이 다 얼었어요"…꽃샘추위에 냉해 농가들 '울상'

입력 2019-04-26 15:22   수정 2019-04-26 17:07

"사과·배 꽃이 다 얼었어요"…꽃샘추위에 냉해 농가들 '울상'
전남·경남·충북 일대 영하 기온에 과수 꽃·옥수수 등 괴사
전국 냉해 면적 2천800㏊ 웃돌아…지자체 지원 대책 강구

(전국종합=연합뉴스) "무슨 날씨가 이 모양이야. 꽃 씨방이 시커멓게 변해버렸어. 이러면 사과가 열려도 모양이 성치 않아 판매할 수가 없어요"

충북 보은에서 20여 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 김모(61)씨의 얼굴에 깊은 시름이 배었다.
사과나무를 어루만지던 김씨는 "중요한 개화 시기에 때아닌 봄 추위가 닥쳐 올해 농사는 다 망쳤다"며 탄식했다.
지난달 말부터 영하권으로 수은주가 뚝 떨어지는 추위가 지역별로 나타나면서 예상치 못한 봄철 냉해가 발생했다. 전국 과수농가들이 울상을 짓는 이유다.
농민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일손을 바삐 놀려야 할 시기이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맥이 풀린 분위기다.
26일 현재까지 집계된 냉해 면적은 전국적으로 2천800㏊를 웃돈다. 시·도별 조사가 끝나는 다음 달이면 면적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전남이다.
이달 초부터 1주일가량 아침마다 수은주가 영하권에 머무는 쌀쌀한 날씨가 순천, 나주, 광양 등 10개 시·군을 훑고 지나갔다.

현재까지 신고된 피해 규모만도 1천207개 농가, 1천167㏊에 달한다.
개화기를 전후한 냉해 탓에 배, 매실, 참다래의 꽃눈이 고사했거나 잎이 말라버렸다.
경남에서도 지난달 말 새벽 기온이 영하 3.8도까지 떨어지면서 배 주산지인 진주와 하동의 농가 태반이 비슷한 피해를 봤다.
628㏊의 과수원 배나무 꽃이 검게 변했거나 말라 죽었다.
경남도 농업기술원은 피해가 비교적 적은 배꽃에 인공수분을 해 결실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지난 15∼16일 새벽 한때 기온 영하 3.2도까지 떨어진 충북에서도 과수·밭작물 냉해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은 571.7㏊이다.
냉해는 사과·배 등 과수는 물론 옥수수, 담배, 감자 등 밭작물에서도 발생했다.
충북도는 다음 달 말까지 정밀조사할 계획이다.

경북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 4일까지 저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배, 자두, 복숭아 등 농작물에서 피해가 났다.
냉해 면적은 304.4㏊로 추정된다.
경북도는 해당 농가에 농약 대금과 생계 안정 구호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 산지로 유명한 울산 울주군에서도 이달 초 냉해가 발생했다.
한창 배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발생한 냉해로 216개 농가가 130㏊의 농경지에서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과수의 개화 시기가 다소 늦었던 충남과 강원 지역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 지역에도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났지만, 과수가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던 터라 이렇다 할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피해가 나지 않은 꽃에 인공수분을 꼼꼼히 하고, 과일 솎기와 가지치기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주영, 심규석, 양지웅, 여운창, 한무선, 황봉규, 허광무)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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