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보 시내 호텔서 자살폭탄 터뜨리고 숨진 듯
추가테러 우려에 스리랑카 경제도 타격…"관광객 30% 감소 전망"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253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리랑카 부활절 연쇄 폭탄 테러의 주모자로 알려진 자흐란 하심이 자살폭탄 공격 중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날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조직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의 지도자인 하심이 콜롬보 시내 샹그릴라 호텔에서 자살폭탄 공격 중 사망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밝혔다.
군 정보기관은 테러 현장에서 하심의 머리를 발견했으며, 신원을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DNA 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심은 이슬람국가(IS)가 지난 23일 IS의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서약하고 스리랑카 테러를 감행한 '전사들'이라며 8명의 영상을 공개했을 당시 유일하게 복면을 쓰지 않고 등장했던 인물이다.
해당 영상은 스리랑카 동부의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장소에서 IS 깃발과 테러범들이 착용했던 옷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에선 지난 21일 콜롬보 시내 고급 호텔과 주요 교회 등 8곳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나 최소 253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자살폭탄 테러범은 모두 9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중상류층이며, 현지 향신료 재벌가의 두 아들과 유학파 등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30대 초반의 나이로 NTJ의 지도자가 된 하심은 빈민가정 출신으로 다른 테러범들과는 상당히 다른 삶의 경로를 걸어왔다.
스리랑카 동부 바티칼로아 지역에 있는 자미아툴 팔라 이슬람 신학교의 S.M. 알리야르 교감은 하심이 12살의 나이로 이 학교에서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매우 지적이고 학구적인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근본주의에 빠져든 하심은 교사들이 이슬람 경전 쿠란의 가르침을 너무 자유주의적으로 해석한다고 비판하며 끊임없이 언쟁을 벌였고, 결국 수년 만에 퇴학 처분을 받았다.
알리야르 교감은 "그가 원한 것은 극단주의 이슬람이었다"면서 과격파란 이유로 학생을 퇴학시킨 것은 하심이 첫 사례였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쫓겨난 하심은 NTJ를 결성하고 옛 동급생들의 도움을 받아 이슬람 사원을 건립한 뒤 극단주의적 이슬람 교리를 설파해 왔다.
특히 그는 이슬람 신비주의 분파인 수피교도들을 타깃으로 삼아 확성기로 기도를 방해하는 등 행태를 보였으며, 2017년에는 하심의 추종자들이 수피교도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심은 같은 해 말 자신이 건립한 이슬람 사원에서마저 축출돼 인도 남부로 근거지를 옮겼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스리랑카를 드나들며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사원 관계자는 "우리조차도 그가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 경찰이 큰 실수를 했다. 처음부터 그를 체포했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하심의 부모와 가족 일부가 부활절 테러 전후 잠적했다고 보도했다. 하심이 테러에 나서기 전 이들을 안전한 장소로 빼돌렸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테러는 스리랑카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 정부는 올해 관광객 수가 30% 이상 줄어 관광업 매출이 15억 달러(1조7천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추가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스리랑카 경찰은 전날 스리랑카 동부 암파라 지역의 한 마을에서 부활절 테러 용의자들의 안가를 급습했다. 용의자들은 자살폭탄을 터뜨리고 총을 쏘며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 한 명을 포함해 3명이 사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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