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가장 가족 일부러 배급명단에서 제외한 뒤 성상납 요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사이클론 '이다이'가 강타한 모잠비크의 일부 지역에서 부족장과 정부 관리가 구호 식량을 배급하는 조건으로 여성에게 성상납을 강요하는 파렴치한 범죄가 벌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6일 낸 성명에서 "주민과 구호활동가에 따르면 구호단체가 미치지 못하는 피해지역에서 구호 식량을 배급하는 권한을 쥔 부족장과 지역 관리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발표했다.
HRW가 확보한 피해 사례 가운데는 여성이 은하마탄다 지역의 일부 부족장이 구호 식량이 부족한 점을 악용해 여성이 가장인 가족을 배급 명단에서 일부러 누락한 뒤 성상납을 하면 명단에 올려주겠다고 압박하는 수법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한 구호활동가는 HRW에 "피해 여성의 아이들은 수 주간 음식을 구경하지도 못했다"라며 "굶주린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절박해진 엄마가 어쩔 수 없이 부족장에게 성상납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은하마탄다 지역의 한 여성은 이달 6일 국제구호단체가 도달하기 전까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구호식량을 배급받는 조건으로 정부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한 남성이 성상납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네 아이를 먹이려고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지역의 다른 여성은 부족장이 성상납을 대가로 고작 1㎏의 콩을 준 뒤 계속 식량을 받으려면 지속해서 성상납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이런 수법의 성범죄는 국제기구가 미치지 못하는 오지뿐 아니라 이재민 대피소에서도 이뤄졌다는 보고도 받았다고 밝혔다.
구호식량을 쥐고 성상납을 요구한 일부 관리는 이를 발설하면 보복하겠다고 여성들을 위협하기도 했다고 HRW는 덧붙였다.
HRW는 "모잠비크 정부는 굶주린 수재민을 겨냥한 성범죄를 철저히 조사해 이들을 처벌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며 "긴급 구호는 필요한 모든 이에게 자유롭게 제공돼야 하지 범죄를 저지를 기회로 악용돼선 안된다"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지난달 14일 모잠비크는 사이클론 이다이로 18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달 16일 모잠비크 정부와 협력해 100만명에게 구호식량을 전달했으나 도움이 닿지 못한 이재민이 여전히 많다고 발표했다.
국제기구나 정부가 직접 갈 수 없는 지역은 부족장, 현지 관리 등을 통해 구호식량과 구호품이 배급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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