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판문점선언 1주년에 더 절실해진 비핵화 해법

입력 2019-04-28 12:18  

[연합시론] 판문점선언 1주년에 더 절실해진 비핵화 해법

(서울=연합뉴스) 판문점선언 1주년이었던 27일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다시 확인한 하루였다. 강화에서 강원도 고성을 연결하는 DMZ 평화 누리길 500㎞ 구간에서 4월 27일의 의미를 살린 오후 2시 27분부터 20만 명 이상이 손에 손을 잡고 평화를 기원하는 인간 띠를 만들었다. '평화의 손 잡기'는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에 있는 주유엔 한국대표부와 북한대표부 사이에서도 일어났다. 약 500m 떨어진 두 대표부가 인간 띠로 연결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평화의 도시 독일 베를린에서도 '세계를 위한 한반도 평화통일 인간 띠 잇기' 행사가 열렸다. 평화를 바라는 한국인과 세계인의 열망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다시 일깨운다. 비핵화의 돌파구는 열리지 않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외교전이 더 치열하고 복잡해졌다는 느낌을 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비핵화 공조를 논의했다. 푸틴은 북한 체제 안전 보장과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했다. 26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이 베이징에서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비핵화 협상이 남북한과 미국 위주로 이뤄지는 것을 중·러가 견제하는 모양새다.

시진핑과 푸틴이 베이징에서 만난 날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친밀함을 과시했다. 미일 정상은 대북 제재 유지를 위한 공조를 논의했다고 한다. 트럼프와 아베는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겉으로 보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과거 대결 구도로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된다. 한반도 정세가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텄던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둬서도 안 될 것이다.

현시점에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를 좁히려는 한국의 노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인내심을 갖고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주장한다. 미국 입장은 일괄 비핵화와 제재해제다. 북한은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제시했다. 미국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교착 국면의 장기화가 걱정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착 타개를 위해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입장을 누그러뜨릴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무작정 남북정상회담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현실성 있는 비핵화 해법과 북미를 설득하는 외교력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중재 역량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일관된 국민 총의가 없으면 한국 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북미를 중재하고, 비핵화 협상을 끌고 가기 어렵다. 평화를 향해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다져야 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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