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대치 정국이 28일로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선거법 개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고 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를 저지하겠다고 다투면서 국회는 보여줄 수 있는 흉한 모습을 다 보여줬다.
한국당은 과거 여당 시절 물리적 충돌 없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패스트트랙 규정을 담은 현 국회법 입법을 주도했다. 그런 한국당이 국회 의안과를 점거하고 회의장 출입을 막은 것도 모자라 주말 장외집회를 열어 헌법수호·독재타도 구호를 외치는 것은 믿기 힘든 모습이다. 집권당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민주당은 합의처리 전통이 있는 선거법 개정안을 다른 법안에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쪽으로 결론 낼 수밖에 없었는지, 나아가 그 경우 극한대치가 유발되리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당 간 합의를 가볍게 만들며 사보임 논란을 매개로 계파 다툼만 지속하는 바른미래당을 지켜보는 것 역시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참담한 1주일이 그렇게 흘러갔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할 것이다. 특히 거대 양당으로 불리는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성적 태도를 다듬으며 돌파구를 열 지혜를 짜내야 한다. 정당별로 상충하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절충 여지가 얼마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가능성의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기예이자 미학이라는 데 기대를 걸어본다. 민주주의는 스스로가 옳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체제이기도 하니, 각 당 지도자들은 자기만 옳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의 주장에도 진정 귀를 열기 바란다.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 개선 흐름도 더뎌 경제와 민생에 빨간불이 지속하는 요즘이다. 정부의 효율적 정책 대응을 위해 국회의 적절한 입법 조치가 뒷받침돼야 할 때는 아닌지 정치권은 곱씹어 봐야 한다. 경기부양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을 제때 처리해 줘야 기대하는 효과가 날 거라는 견해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과연 국민들이 일은 하지 않고 싸움만 하는 국회를 언제까지 참아줄 수 있을지 현명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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