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예결위·한국 행안위서 '비상대기'…당직자들 표정서 피로 역력
의원들 대거 국회로 나와…'오늘은 회의 불가' 관측에도 돌발상황 염두
일부 의원들 '철야' 대기…"국회 비워둘 수 없다"며 양당 기 싸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슬기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대치를 지속한 28일 국회는 '폭풍전야'처럼 고요와 긴장이 교차했다.
지난주 법안 발의와 회의 개의를 둘러싸고 '동물 국회'의 오명을 불사하며 맞붙은 두 정당은 이날 치열한 몸싸움으로 흐트러졌던 전열을 정비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국회 사법개혁·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휴일에 무리하게 회의를 강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모처럼 여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습적인 회의 소집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자 비상대기 체제를 가동하면서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맞은편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을 임시 대기실로 활용했다.
전체 의원을 23∼29명씩 4개 조로 나눠 예결위 회의실을 지키도록 하고, 당 지도부가 수시로 들러 인원수를 체크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40명이 넘는 의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패스트트랙 추진 대책을 숙의하는 등 당번이 아닌 경우에도 현장을 찾아 원내 지도부와 전략을 공유했다.
통상 주말에는 의원들이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주민과 소통하는 데 매진하는 점을 고려하면 일요일에 수십 명의 여야 의원이 국회에 출근한 것 자체가 이색적이었다.
일부 의원은 스마트폰을 TV 뉴스를 시청하거나 가져온 책과 신문을 읽는 등 비교적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으나, 대부분 며칠째 이어진 철야 농성이 피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당도 24일 밤부터 시작한 국회 회의장 점거 농성을 나흘째 이어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회의장 밖에 가구를 세워 출입을 완전히 봉쇄한 채로였다.
행안위 회의실 점거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는 정개특위 회의가 이곳에서 열릴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었다.
한국당은 또 전체 의원을 오전, 오후, 숙박, 항시 대기 등으로 조를 편성해 대기토록 하고, 50여명의 보좌진과 당직자를 별도로 소집해 회의실 밖을 지키도록 했다.
의원들은 회의실 내부에서 당 상징색인 붉은색 점퍼 차림으로 둘러앉아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끝까지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화를 거의 나누지 못했던 다른 계파 의원들끼리 온종일 붙어있으면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한국당 한 의원은 전했다.
일부 의원들은 심야에도 국회를 떠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원내대표단과 주요 당직자, 사개특위·정개특위 위원 전원이, 한국당은 8명의 '숙박조'와 사개특위·정개특위 위원 전원이 각각 국회 경내와 근처에서 대기했다.
양당이 한밤중의 기습 회의 가능성이 없는데도 굳이 '철야'를 강행한 것은 상대 당 의원들이 남아있는 국회를 먼저 비울 수 없다는 일종의 기 싸움으로 해석됐다.
주말 내내 국회를 교대로 지키면서 휴식을 취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번 주 초 사개특위·정개특위 회의 소집을 두고 다시 강하게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29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연다. 한국당도 서울 지역 의원, 비례대표, 원내대표단 등을 오전 7시까지 행안위 회의실로 집결토록 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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