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성, 고향 돌아갈 때 아이 버리는 등 비극 계속돼
(서울·테헤란=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북부 소수 종족 야지디족이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성노예'로 고초를 겪은 여성의 자녀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AP, AFP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야지디족의 최고종교위원회는 야지디족 여성이 IS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해 낳은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지디족의 지도자들은 지난주 IS에 납치돼 성노예로 고통받다가 살아남은 모든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이를 번복한 셈이다.
앞서 하젬 타신 사이드 최고종교위원회 위원장은 IS 범죄의 '생존자 모두'를 받아들이고 그들이 겪은 것이 그들의 의지에 반한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라는 내용의 지령을 발표했다.
이는 당시 IS 남성의 성폭력으로 야지디족 여성이 낳은 아이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역사적인 결정으로 평가됐다.
이라크 내 소수 종파인 야지디족은 혈통의 순수성을 매우 강조하는 종족으로, 부모 모두가 야지디족일 경우에만 자녀를 야지디족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종족과의 결혼이나 이(異)종족간 임신과 개종도 불허한다.
하지만 종교위원회는 27일 오후 늦게 낸 성명에서 언론이 종교위원회의 진의를 왜곡했다면서 '생존자 모두'는 납치됐던 야지디족 여성과 아동, 부모가 모두 야지디족인 아이만 해당하고 IS 성폭력의 결과로 태어난 아이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야지디족은 IS가 이라크에서 몰락하고 피랍자가 귀환하면서 성범죄로 탄생한 자녀를 동족으로 받아들일지를 놓고 그간 격론을 벌였다.
주로 이라크 북서부 신자르 지역에 거주하는 야지디족은 기독교와 이슬람, 그리고 고대 페르시아 종교인 조로아스터교가 혼합된 전통을 지녀 많은 이슬람 종파가 이들을 이교도로 간주했다.
이 때문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IS가 신자르를 장악했던 2014년에는 야지디족 남성 5천 명이 살해되고 수많은 여성이 납치돼 성노예가 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야지디족 담당 사무소에 따르면 IS에 납치된 야지디족은 6천417명으로 이 가운데 2천992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야지디족의 비극은 2014년 8월 미국이 국제동맹군을 결성, IS 사태에 직접 개입한 계기가 됐다.
이후 IS의 세력은 현격히 줄었지만 IS에 납치됐던 야지디족 여성들은 엄격한 전통 탓에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어린아이들을 버려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최근 몇 달 사이 고향 신자르에 돌아온 야지디족 여성 수십 명이 아이를 버리는 쪽을 택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달 초 바흐람 살레 이라크 대통령은 IS 범죄로부터 생존한 야지디족 여성에게 배상금을 주고 시민권 문제 처리를 위한 특별 법원을 설립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야지디족의 '가혹한' 결정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이라크 담당 선임연구원 벨키스 빌레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야지디족은 부끄러운 줄 알라. IS에 납치돼 성폭행으로 아이를 낳은 여성이 귀향하려고 아이를 보육원이나 (성폭행한) 조직원의 가족에게 넘기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줄 아느냐"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IS 성노예 피해 야지디족 여성 나디아 무라드는 28일 페이스북에 "매우 어려운 결정임을 이해한다"라면서도 "자신의 아이가 종족에서 배척될까 봐 여전히 난민촌, 산속, 외국에 사는 우리 여성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아이를 받아들일지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제삼자가 아닌 바로 그 어머니, 가족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라며 "인도주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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