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임금 목적 노동 제공하면 노동자…노동3권 보장해야"
"완전한 자영업자도 완전한 근로자도 아닌 '준노동자'"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최평천 기자 = 대리운전 기사 A씨는 해가 지면 출근해서 해가 뜨기 전 퇴근하는 고된 삶을 살고 있다. 그가 벌어들인 수입의 20%를 대리운전업체가 수수료로 챙겨가지만, A씨는 법률상 근로자는 아니다.
학습지 교사인 B씨는 오전 10시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수업을 하는 일과를 보내고 있다.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하고 학습지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지만, B씨 역시 근로자가 아니다.
이처럼 대리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는 사실상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정의하는 '근로자' 개념에서 배제된 채 노동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고 노동자들은 고용 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용역·도급·위탁 등의 계약 형태로 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로 규정된다.
3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의 규모 추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따르면 국내에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최대 22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전체 취업자의 10%에 달하는 특고 노동자들이 노동자가 당연히 가져야 할 노동 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업체의 횡포와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노동조합(노조)을 설립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방과후학교 강사인 C씨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매년 위·수탁 계약을 하는 사업자로 취급된다"며 "업체는 강사료에서 수수료를 떼가고 학기 중에 쉽게 해고를 하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한 보험설계사는 회사가 만든 상품을 회사가 정한 가격에 판매하고 회사가 정한 수당을 받지만, 회사는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촉 이후에도 이전의 보험판매 수당을 받지 못하는 부당한 계약서까지 강요당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셔틀버스 기사인 D씨는 "월급 170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100만원만 받아서 노동부에 갔는데 근로자가 아니라서 (해결이) 어렵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회사의 부당한 처우뿐 아니라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특고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보험 보장도 받지 못하고, 생존권마저 위협당하고 있다고 한다.
화물 운송 노동자인 E씨는 "화물차 기사의 사망 사고가 종종 발생하지만, 특고 노동자는 산재 가입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고가 나면 화물기사는 사고로 죽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벼랑'에 내몰린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도 수없이 사고가 발생하지만, 특고 노동자들은 산재 보험가입도 제한받는다.
이에 따라 특고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산재보험 가입 등의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법률상 근로자의 범위를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다른 자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로 개념을 넓혀야 한다"며 "노조 설립 권리도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특고 노동자는 완전한 근로자나 자영업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직원보다는 덜 종속적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법적 보호를 다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준근로자'로 분류하는 외국 사례처럼 따로 분류해 꼭 필요한 보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고 노동자에게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공정하게 계약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근로기준법이 아니더라도 노동법 등을 통해 노동3권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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