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보좌관회의서 언급…"정치권 대립·갈등 격화해 안타까워"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등 엄중한 현실 인식에 대(對)국회 메시지
미래차 등 3대 분야 중점육성 등 비전 제시하고 추경 처리 등 호소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 중인 국회 상황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엄중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높은데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에 말을 아껴오던 문 대통령이 이처럼 국회 상황을 언급한 것은 무엇보다 민생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물가상승률, 실업률, 외환보유고 등 국가 경제 거시지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도 "대외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대내적으로도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등 투자와 수출, 소비 등 3박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밝혔다.
최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한 데 대해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렇듯 엄중한 상황에서 개혁법안 등의 처리를 놓고 '동물국회'라는 비판까지 받는 국회를 향해 문 대통령은 민생을 외면하지 말고 입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촉구성'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이날 회의를 앞두고 기자를 만나 국회 상황을 두고 "그런 것(물리력 동원)을 하지 말자고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는데…"라며 "한국당 의원들도 마음이 무거울 것"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경기 우려에 대응하고자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정부로서는 국회에서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도 회의에서 "경제는 타이밍"이라며 "추경 처리가 늦어질수록 국민의 삶과 민생 경제에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국회가 조속히 정상 가동돼 정부가 제출한 추경이 신속히 심사되고 처리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역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안타깝다"고 말한 것을 두고 "국회에서 민생 관련 부분(법안이나 추경)이 처리되지 않았을 때 국민에 피해가 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처리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출입을 막는 등의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것이 고 대변인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경제와 민생 악화의 책임을 오롯이 국회의 책임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정부 역시 더 큰 책임감과 비상한 각오로 경제 활력 회복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며 공직사회를 향해서도 각성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오헬스·스마트공장·스마트팜 등 8대 선도사업을 비롯해 혁신금융 비전 수립과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추진 등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속도감 있는 변화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비메모리 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정부가 최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3대 산업을 재차 언급하고 "이들 분야가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의 3대 기둥이 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최근 발표된 SK하이닉스와 삼성의 반도체 사업 투자계획도 거론한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기업 투자가 더욱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정부도 기업의 투자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첨단산업 분야 등에서 기업을 국정 파트너로 끌어안는 등 확실한 실용주의 노선을 밟으면서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집권 중반기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가 재벌·대기업 중심의 산업 전략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는 선을 그었다.
고 대변인은 "일부 대기업을 언급한 것은 민간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소기업이나 작은 기업을 배제한다는 언급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업 외에 중소·중견 기업의 투자도 활성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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