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빼가…채용과정서 기술 유출 의혹"
'LG화학→SK이노베이션' 지원자 입사서류 공개…SK이노 "확인 중"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최재서 기자 = LG화학[051910]이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을 유출 당했다며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096770]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LG화학은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고 30일 밝혔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고,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는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을 통해 2017년부터 자사의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SK이노베이션으로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은 소송과정에서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둬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할 경우 소송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거개시 절차란 소송 당사자가 보유한 소송과 관련된 각종 정보와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제출할 법적 의무를 말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 입사 지원 서류를 보면 지원자가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용과 프로젝트 리더 및 프로젝트를 함께 한 동료직원 전원의 실명을 묻고 있다.
예컨대 지원자 A의 입사 지원 서류에는 LG화학의 전극 제조 공정 관련 프로젝트 내용이 당시 상황과 배경, 목적부터 결과물인 개선방안까지 기술돼 있다.
LG화학은 지원자들이 집단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고 이직 전 회사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1천9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내려받았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2017년 10월과 이달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기술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증명 공문을 보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LG화학은 "이런 자제요청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채용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과 수주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이런 행위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은 개인의 전직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LG화학의 2차전지 핵심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해간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LG화학은 올해 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의 격차 등을 인정해 '2년 전직 금지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에서 이 내용이 확정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는 ITC가 이달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 예비판결, 하반기 최종판결이 날 예정이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의 2차 전지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시간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자 정당한 경쟁으로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확인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eun@yna.co.kr,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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