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나디아 무라드, 테러 학살과 폭행 증언

입력 2019-04-30 09:40  

노벨평화상 나디아 무라드, 테러 학살과 폭행 증언
저서 '더 라스트 걸'…"내가 폭력의 마지막 희생자이길"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2015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테러가 발생하자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한 자살 폭탄과 총격 사건으로 130여 명이 사망했다. '선진국'에서 일어난 테러에 모두가 경악했고, 희생자를 위한 애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 1년 전, 이라크의 야지디족 수천 명이 집단 학살되고 여성 2천 명이 성 노예로 팔려갔으나 세상은 이렇다 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후진국'의 소수 부족이어서였을까? 극단적 학살과 성 모욕은 그저 딴 세상 일상처럼 치부되며 기억에서 한때 사라진 듯했다.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인 나디아 무라드(26) 씨는 저서 '더 라스트 걸(THE LAST GIRL)'에서 당시의 끔찍한 집단 학살과 만행을 충격적으로 고발했다. 성 노예에서 여성 인권운동가로 거듭난 나디아 씨는 지난해 10월 노벨 평화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2014년 파키스탄 출신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당시 17살)에 이은 두 번째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였다.



이야기는 나디아가 태어나고 자랐던 작은 야지디 마을 코초에서 시작한다. 코초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공동체 안에서 소박한 즐거움을 함께 누렸다. 하지만 행복한 삶의 일상은 2014년 8월 IS가 마을을 덮치면서 산산이 깨져버렸다.
IS의 폭력은 광기 그 자체였다. 포섭되지 않는 이들은 무자비하게 학살하거나 노소를 가리지 않고 강간했다. 나디아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도 그 잔혹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머니와 여섯 오빠는 죽임을 당했고, 나디아는 하룻밤 사이에 성 노예가 됐다.
미국 저널리스트 제나 크라제스키와 함께 집필한 '더 라스트 걸'에는 나디아가 맞닥뜨린 끔찍했던 순간들과 목숨을 건 탈출 과정이 담겨 있다. 평화로웠던 일상이 IS 등장으로 어떻게 부서졌는지 증언하고, 성 노예로 끌려가서 겪어야 했던 일들을 들려준다. 이와 함께 한 수니파 아랍 가족의 도움으로 IS를 탈출하게 된 과정과 그 이후의 파란만장했던 삶도 이야기한다.
책은 나디아의 개인사에 머물지 않는다. IS가 생겨나고 이라크가 중동의 화약고가 된 배경을 짚어보고,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사이에서 소수 부족 야지디가 희생양이 된 과정을 당시의 국내외 정세와 함께 살핀다. 요컨대 자신이 겪었던 비극을 이라크 역사, 세계 정세와 병행해 증언하는 것이다.
저자는 전쟁 범죄의 희생자라는 최악의 일면에서 자신이 르완다 여성들과 공통점을 갖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1990년대 르완다 내전의 성폭력, 최근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 여성의 강간 등에서 알 수 있다시피 비극은 특정 시기의 특정 민족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디아의 외침은 절절하다. 소수의 아픔을 방관하지 말자는 거다. 인간이라면 수천 명의 야지디가 성 노예로 팔리고 몸이 부서지도록 강간당하는 걸 그냥 두고만 볼 거냐면서 "이 세상에서 나 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가 되고 싶다"고 외친다. 우리 모두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고, 기억하고, 되새기자는 것이다.
나디아의 법정대리인인 아말 클루니 변호사는 책의 서문에서 "나디아는 침묵을 거부했다. 인생이 그녀에게 준 고아, 성폭행 피해자, 노예, 난민의 꼬리표를 거부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나디아는 자기 목소리를 찾았을 뿐 아니라 집단 학살의 희생자인 모든 야지디의 목소리가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책은 2017년 가을 처음 출간됐으며 그 1년 반 만인 이번에 한국어본으로 나왔다.
북트리거 펴냄. 공경희 옮김. 392쪽. 1만7천800원.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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