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친모, 13개월 젖먹이 데리고 전국 떠돌아 마지막 행선지서 살인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중학생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30대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는 딸의 성범죄 피해가 경찰에 신고된 사실을 알고 나서 생후 13개월 된 젖먹이를 데리고 전국여행을 떠났다.
2주가량 전국을 떠돈 부부는 마지막 행선지에서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딸을 살해했는데 도피 생활에 지쳐 성범죄 혐의를 숨기려던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어설픈 경찰조사, 참극 불렀나…의붓딸 성범죄 신고 노출 / 연합뉴스 (Yonhapnews)
2일 이 사건을 수사하는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의붓아버지 김모(31)씨는 범행 직전 아내, 젖먹이 아들을 데리고 전국을 여행했다.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가 서해안으로 타고 내려오는 동선으로 마지막 행선지는 의붓딸 A(12)양이 친아버지와 사는 목포로 정했다.
살해 전날인 지난달 26일 오후 6시 50분께 김씨는 목포 시내 한 철물점에서 마대 자루와 노끈, 가까운 마트에서 청테이프 등 범행 도구를 구입했다.
목포의 한 모텔에서 밤을 보낸 김씨는 이튿날 아내 유모(39)씨에게 공중전화를 이용해 A양을 불러내도록 했다.
친모인 유씨의 전화를 받고 목포 시내 도로에서 김씨 차에 올라탄 A양은 약 1시간 뒤 무안군 농로에서 살해당한다.
수상한 점은 김씨가 아내와 젖먹이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나선 시점이다.
김씨가 전국을 떠도는 여행에 나선 시점은 A양이 '의붓아버지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알아챈 지난달 9일 직후다.
보름 가까이 이어진 여행이 김씨의 도주 행각이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A양은 피해 진술 과정에서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추행 이상의 피해를 봤다는 진술도 남겼다.
증언자이자 피해자인 의붓딸을 살해해 김씨가 성범죄를 덮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남는다.
2일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A양 친모 유씨는 '나도 남편에게 해코지를 당할 것 같았다', '무서웠다', '말리지 못했다' 등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붓딸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행위가 들통난 김씨가 아내를 달래려고 계획한 여행일 수도 있다"며 "살해 계획 시작점에 대해 부부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여행 과정의 조사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살인사건과 별개로 김씨가 의붓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은 광주지방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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