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노동부 "긱 경제 노동자는 피고용자 아닌 자영업자"

입력 2019-04-30 10:01   수정 2019-04-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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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노동부 "긱 경제 노동자는 피고용자 아닌 자영업자"
노동권 희생해 인건비 절감…'우버 노동자' 지위논쟁 가열
한국도 긱경제 확산 주시…한국은행 "역기능 대비해야" 촉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경제활동의 한 형태로 점점 확산하는 '긱(Gig) 경제'에서 사업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규정하는 미국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우버 운전사처럼 산업 현장의 필요에 따라 임시 계약으로 활동하는 노동자는 피고용자가 아닌 까닭에 노동법령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이어서 거센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긱 경제 플랫폼으로 영업하는 한 업체에 대해 "현재 노동법과 노동시장 혁신을 결합하는 새로운 식견을 제의한다"며 이 같은 판정을 내렸다.
미국 노동부는 해당 기업에 보낸 '의견서'(opinion letter)를 통해 그 기업의 노동자들이 피고용자가 아니라 독립 계약업자라고 규정했다.
이들 노동자가 소비자와 연결되는 플랫폼을 개발·유지·운용하지 않는 까닭에 사업에 필수적인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노동부의 견해였다.
해석을 요구한 업체를 공개하지 않는 노동부의 오랜 관행에 따라 해당 기업은 특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업체는 차량호출서비스업체 우버처럼 근로계약이 아닌 서비스 제공을 위한 민법상 계약을 통해 노동력을 주고받는 긱 경제의 전형적 형태를 띠고 있었다.
긱 경제는 산업 현장의 필요에 따라 임시 계약으로 인력을 끌어다 쓰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 트렌드로,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미 노동부의 이날 해석에 따라 해당 기업은 독립 계약자로 규정된 자사 노동자들에 대해 최저임금, 병가, 건강보험, 초과근무 수당 등 노동법령에 따른 혜택을 제공할 의무가 사라졌다.
긱 경제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피고용자인지, 1인 기업의 사장인 자영업자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그간 미국 경영계와 노동계의 격전지였다.


기업 경영자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긱 경제 노동자들을 자영업자로 보려고 한 반면 노동계는 피고용자로서 노동자의 권익이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NYT는 긱 경제 노동자들이 피고용자로 분류되면 기업의 인건비가 20∼30%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스 웨일 미국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플랫폼 형태의 기업모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지위보다 현재 논쟁이 더 격렬한 문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노동부 의견서의 효력은 일단 해당 업체에만 발생하지만, 그 파급력은 별개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NYT는 노동부 의견서가 일반적인 지침보다 법적으로 더 강력한 조치라는 점을 주목했다.
의견서 발급은 노동부가 향후 그에 반하는 방향으로 강제절차를 시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처벌방지권'이자 노동자의 소송제기에도 대비한 효과적 방어막이라는 것이다.
NYT는 노동부 의견서가 나오면 적용대상이 아닌 기업들도 노동부의 접근법을 간파해 경영전략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파급력을 설명했다.
웨일 교수는 "노동부가 이렇게 중요한 영역에서 의견서라는 수단을 쓴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는 복잡한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불안한 도구여서 의견서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대리운전업체와 계약한 운전사와 같은 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돼 이미 오래전부터 유사한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최근 들어 디지털 노동 플랫폼 발달과 함께 차량공유, 음식배달대행 등 일상의 전방위로 비슷한 노동 형태가 번져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긱 경제의 확산에 따른 역기능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노동시간이 짧고 근무여건이 자유로워 긱 경제 활성화로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 참여가 촉진될 수 있으나, 고용 질이 낮고 소득 안정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종사자들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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