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폭도 둔화…정부 "하반기 개선" 신중 낙관론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4월 수출이 반도체 가격하락과 대(對) 중국·동남아 수출부진 탓에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 감소폭이 둔화하고 수출물량이 증가로 돌아서는 등 개선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정부도 올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요 회복과 더불어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유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19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88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가장 컸다. D램(8Gb) 가격이 1년새 51.6% 떨어진 여파로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4월 97억7천900만달러에서 지난달 84억5천500만달러로 13.5% 감소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 수출도 4.5% 줄었는데 이는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중국 경기둔화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으로 수출도 1.0% 줄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신중한 낙관론을 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수출 감소폭이 2개월 연속 둔화된데다 수출 물량이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수출은 -11.4%, 3월은 -8.2%였으나, 4월은 -2.0%로 감소율이 크게 둔화했다.
그간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 물량도 지난달 2.5% 늘어나며 3개월만에 반등했다.
4월 조업일수가 하루 많고, 작년 4월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였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수출 물량이 전체적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점이 수출 하락폭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품목별로도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자동차, 석유제품 등 20대 주요 수출품목 중 13개 품목의 수출 물량이 증가했다.
반도체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다른 수출품이 판로 개척에 성과를 낸 것도 고무적이다.
구조조정을 겪었던 자동차 ·선박 등 주력산업의 수출이 살아나는 한편, 2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신(新)수출 성장동력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는 등 어려운 수출 여건에서도 수출품목의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신차 출시 효과와 고가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친환경차의 호조 덕분에 수출이 5.8% 증가했다.
선박 역시 액화천연가스(LNG)·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수출 호조와 2017년 수주 선박의 본격 인도에 따라 4월 수출이 53.6% 급증했다.
다만 수출단가는 4월에도 계속 하락해 수출 반등의 동력과 모멘텀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산업부는 분석했다.
4월 수출이 지난 3월보다는 개선되긴 했지만 추세적 개선으로 보기에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미국, 중국을 제외한 세계 10대 수출국들이 계속 수출 부진을 겪고 있어 대외 수출여건이 여전히 엄중하다는 것이 정부 인식이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향후 수출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 속에서 1분기보다는 2분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에는 반도체 단가 및 수요 회복, 중국시장 개선, 수출대책 효과 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그 근거로 업계와 반도체 전문연구기관들의 일치된 분석을 들면서 "다만 연초에 전망했던 개선 속도보다는 좀 지연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도 "부진했던 세계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되는 조짐 속에 미국 IT기업들의 주가도 반등하고 있어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전날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육성전략을 시작으로 미래차, 바이오·헬스, 소재·부품·장비 발전전략을 차례로 수립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5월과 6월 중소기업·스타트업 수출확대 방안, 소비재 수출확대 방안, 디지털 무역혁신 방안 등을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