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강행…김관영, 사퇴요구 일축
바른정당계 긴급회동…"당 정상화 방법은 지도부 사퇴뿐"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이은정 기자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일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강행한 것은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해 온 바른정당계를 향해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손 대표는 '당무에 복귀하라'는 최후통첩에 하태경·이준석·권은희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이 응하지 않자 '당무 정상화'를 앞세워 주승용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다.
또한 김관영 원내대표도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제기된 당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외부) 요구에 따라 사퇴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계, 나아가 국민의당계 일부의 퇴진론에 직면한 바른미래당의 '투톱'이 승부수를 던진 모양새다.
4·3 보궐선거 참패 책임론,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파열음에 겹쳐 당 전체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분당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정면돌파는 '당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 수로 읽힌다.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따라서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손 대표 입장에서 '바른미래당의 존재감'을 보인 결과로 해석 가능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손 대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이는 손 대표가 강조하는 '제3의 길'과도 연관돼 있다.
나아가 손 대표는 "당 화합을 방해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결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바른정당계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 사보임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밝힌 "성찰·숙고의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에서 강경 모드로 선회한 모양새다.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바른정당계를 향해 역공에 나섰다.
바른정당계인 하태경 최고위원이 당권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지도부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 원내대표는 "이번 당내 갈등 상황에서 유승민계나 안철수계 둘 다 당을 깰 생각은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매우 큰 수확"이라며 당의 분당 가능성도 함께 일축했다.
다만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당무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이 합류한다 해도 의결 정족수(5명)를 채우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 3명과 국민의당 출신인 김수민 최고위원은 공동입장문을 내고 "당헌에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때 최고위원들과 협의하게 돼 있는데 오늘 최고위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만 참석해) 정족수 미달로 성립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은 손 대표의 임명이 원천무효라고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하태경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 대표가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사퇴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며 "최고위원 지명 무효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최고위가 성립도 안 된 상태에서 이게 무슨 추태냐. 손학규의 민주주의는 거짓말과 꼼수"라며 "손 대표가 당 대표 놀이에 취해 당은 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회동을 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오신환 의원은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방향에서 당을 수습해야 할지, 방향을 잡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현 지도부는 창당 정신을 현격히 훼손하고 있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는 당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당 정상화를 위한 방법은 지도부 사퇴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원내대표가 강제 사보임과 관련해 사죄한다고 했으면 그에 맞는 정치적 행동을 해야 한다"며 "말로만 사죄하고 거짓 눈물을 흘린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정면돌파에 맞서 바른정당계, 나아가 안철수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바른미래당의 운명이 달라질 전망이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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