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중학생들의 이지메 폭력 다룬 작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인구 감소로 폐교 직전에 몰린 산골 중학교.
도쿄에 살던 중학교 3학년 아유무는 이곳으로 전학 오면서 동급생들 사이에서 이상한 일을 겪게 된다.
동급생 다섯 명이 가끔 하는 내기 놀이에서 늘 미노루라는 한 친구가 패하고 벌칙을 받는다. 약간 뚱뚱하고 심약해서 만만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친구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대강 어떤 얘기가 펼쳐질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을 거쳐 이제는 한국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돼버린 '이지메'(집단 따돌림)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해 아쿠타가와상 수상 소설 '배웅불'(해냄 펴냄)은 시골 청소년들 사이에서 죄책감 없이 자행되는 이지메와 폭력 행위를 치밀하고 담담하게 묘사하며 사회 전체의 폭력적 단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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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죄책감 없는 따돌림과 폭력은 우리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지역 사회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잘못된 관습과 역학 관계 속에서 약자로 표적이 되거나, 혹은 뜻하지 않게 상처를 입은 사람은 뭇매를 맞는다.
더 큰 힘을 지닌 외부자가 개입할 때도 있지만 이 약자를 구원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때로는 외부자가 관람객이 되어 폭력에 무심해지고 어느새 즐기는 듯 변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아유무가 목도한 미노루를 향한 폭력은 상식을 벗어날 만큼 잔인한 것들이다. 목을 조르는가 하면, 염산이라고 속이고 우유를 들이부어 공포감을 느끼게 만든다. 약자인 미노루는 언제나 그냥 잠자코 당하지만, 끝까지 이렇게 반복되는 폭력 구조가 유지될 수 있을까.
작가 다카하시 히로키의 묘사는 매우 섬세하지만 차가울 만큼 담담해서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폭력성과 잔인성이 도드라진다. 문장과 풍경 묘사는 매우 아름다워서 산골 마을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아름다운 풍경이 폭력과 대비되면서 인간의 잔혹함과 타인에 대한 무심함을 더욱 부각한다.
다카하시는 입시 강사와 록그룹 뮤지션으로 활동하다 2014년 '손가락뼈'로 신초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17년 '일요일의 사람들'로 노마문예신인상도 받았다. 손정임 옮김. 16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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