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장폐색 수술 후 회복 중

입력 2019-05-01 18:11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장폐색 수술 후 회복 중
"유럽의회 선거운동 곧 나설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복통으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2) 전 이탈리아 총리가 수술 후 회복 중이다.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전날 밀라노 산라파엘레 병원에서 복강경을 이용한 장폐색 수술을 받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관계자는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며 "며칠 후 그가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측 관계자는 당초 그가 신장결석과 연관된 급성 신장통증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CT 촬영 결과 소장에서 협착이 발견돼 수술을 했다.
의료진은 이런 증상이 그가 40년 전 받은 담낭 수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당초 이날 오후 밀라노에서 이달 하순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할 FI 후보 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입원과 수술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2013년 탈세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공직 진출이 금지됐던 그는 작년 5월 밀라노법원의 복권 판결에 따라 이번 선거에 직접 출마해 정치 일선으로의 전면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이번 수술로 당분간 그의 유럽의회 선거운동에도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수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이 보여준 관심과 응원에 고맙다. 나는 괜찮다. 선거운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글을 올려 선거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당초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과 난민문제, 예산안 등 주요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있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고립주의적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이야말로 EU와의 협력을 강화할 이탈리아 내 적임자임을 강조할 계획이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EU의 도움이 없다면 이탈리아는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이민자, 중국의 '제국주의적 구상', 이슬람 근본주의 등에 맞설 수 없다"고 경고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제국주의적 구상'이라는 언급은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로마 방문 때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초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공식화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한편, 고령으로 접어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3년 전 심장 판막 교체 수술을 받았고, 지난 달에는 탈장 수술을 받는 등 최근 몇 년새 건강이 부쩍 쇠퇴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체와 미디어 기업을 거느린 이탈리아 최고의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1994년에서 2011년 사이에 3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베를루스코니는 미성년자와의 성 추문 의혹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2011년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지만, 그는 내달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정치를 본격적으로 재개함으로써 재기를 타진한다는 구상이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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