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SK 와이번스의 외야수 고종욱(30)은 천금과 같은 결승타를 치고도 선발 박종훈에게 미안해했다.
SK는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선발 박종훈과 고종욱이 승리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둘의 타이밍은 엇갈렸다.
고종욱의 이날 경기 결승타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박종훈이 내려간 8회말에 나왔다.
고종욱은 0-0의 균형이 이어진 8회말 무사 2루에서 키움 우완 불펜 김상수의 5구째 낮은 공을 받아쳐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로 연결했다.
0의 균형을 깬 고종욱은 이어 기습적인 3루 도루에 성공한 뒤 김성현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SK가 이날 뽑은 2점은 고종욱의 손과 발에서 나왔다.
'친정팀'을 상대로 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활약이었다. 고종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에서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옛 동료들 앞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싶었지만 그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고종욱은 지난 3월 29일∼3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키움과 3연전을 벌였을 때는 선발이 아니라 교체로만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득점에 그쳤다.
전날에는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다. 수비에서도 2차례 실책성 플레이로 고개를 숙였다
경기 뒤 고종욱은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어제는 마음같이 안 돼서 무척 속상했다"며 "다행히 오늘은 승리에 일조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3루 도루는 감독님께서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타이밍이라 생각하셔서 사인을 주신 것 같다"며 "스타트가 늦었지만, 다행히 세이프됐다. 앞으로도 팀이 승리하는데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고종욱은 박종훈에게 미안해했다. 박종훈은 이날 경기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승패 없이 물러났다. 첫 승리를 거두지 못한지 벌써 7경기째다.
고종욱은 "경기 전 야수들이 미팅해서 오늘은 잘 치고 점수를 많이 내서 (박)종훈이에게 올 시즌 첫 승리를 안겨주자 다짐했는데, 오늘도 종훈이의 승리를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마침 지나가던 박종훈은 고종욱에게 "6회와 7회에 적시타를 쳤으면 얼마나 좋냐"고 농담을 섞어 타박했다.
인터뷰 내내 무거운 표정을 짓던 고종욱은 박종훈의 장난 섞인 말에 조금은 부담을 던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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