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남편 따라 우연히 입문…"당구로 제2의 인생 열어 기뻐"
여자 스리쿠션…국내 1위·아시아선수권 1위·세계선수권 3위
캄보디아에 '스포츠 전문학교 설립' 꿈…"고국 아이들 도와주고파"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한국으로 시집와 인생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한국 생활이 힘들었는데 당구를 알고부터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상금을 모아 캄보디아에 '스포츠 전문학교'를 설립하고 싶어요"
당구선수로 꿈을 이룬 캄보디아 국적의 스롱 피아비(30) 선수는 1일 후원사인 경기 수원의 빌킹코리아 사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당구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돼 너무 기쁘다"며 이런 기회를 갖게 해준 한국과 남편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프로 입문 1년여만에 국내외 각종 대회를 석권하며 여자 스리쿠션 국내랭킹 1위, 아시아 1위, 세계 3위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거뒀다.
피아비는 "상금을 모아 캄보디아에 '스포츠 전문학교'를 설립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간 모은 돈으로 최근 고향에 학교 부지 3천평을 샀다. 추가로 매입할 땅도 알아보고 있다.
피아비는 21살이던 2010년 5월, 충북 청주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던 김만식(58)씨와 국제결혼을 했다.
고향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5시간가량 떨어진 조그만 시골 마을 캄퐁참.
장래 희망이 의사였지만 집안이 가난해 7학년(우리 학제로 중1)만 마치고 아버지 감자 농사를 도우며 살았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을 만난다.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응원해 줘 결혼을 결심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결혼을 잘 한 것 같다"고 서투른 한국어로 남편 자랑을 했다.
청주에서 '캄보디아 댁'으로 통하는 그는 우연한 기회에 당구와 인연을 맺었다.
결혼 이듬해인 2011년 남편을 따라 당구장에 갔다가 난생처음 큐를 잡았다. 피아비는 "남편이 한번 쳐보라고 했다. 처음 치는데도 재능이 보였는지 '살림은 내가 할 테니 당구를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고 입문 계기를 소개했다.
이후 혹독하게 연습했다. 하루 20시간 이상 연습을 한 적도 있다. 거의 매일 당구장에서 살았다고 한다. "한때 당구에 빠져 자려고 누우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이기도 했어요. 그때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라고 회상했다.
힘들 때 혼자 울기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 항상 남편이 격려를 해줬어요. 김연아·박지성 같은 스포츠 스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사진도 보여줬어요. 사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가난하고 불쌍한 캄보디아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당구로 성공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했어요"
피아비는 2014년부터 3년간 전국 아마추어대회를 휩쓸었다. 남자를 꺾고 정상에 오른 적도 있다. 2017년 프로가 되었다. 지난해 9월 세계여자스리쿠션선수권에서 3위에 올랐다. 이어 11월에는 아시아여자스리쿠션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이런 소식들이 캄보디아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피아비는 고국에서 유명 스포츠 스타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 명성이 알려지게 됐고 지난 1월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연예계 당구 고수인 신동엽과 맞대결을 펼쳐 승리하면서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탔다.
지난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한국-캄보디아 경제포럼 행사에도 참석했다.
후원도 잇따랐다. 당구용품 업체인 빌킹코리아, 동아에스티, 캄보디아 은행 등 많은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패션지 화보 촬영에 이어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도 촬영 중이다.
당구 실력만큼이나 상금도 쌓이고 있다고 귀띔한다. "상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상금 통장'에 저축하고 있어요. 남편도 캄보디아에 학교를 설립하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고 응원을 해줘요. 남편이 정말 고마워요"
고향도 돌보고 있다. 피아비는 지난 1월 자비로 구입한 구충제 1만개(1천만원 상당)와 학용품, 컴퓨터, 후원금 등을 모교인 캄퐁참의 한 초등학교에 전달했다.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꿈과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찾아와요. 한국은 뭐든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는 나라예요. 미래를 위해 자기 계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당구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 국민들이 주신 사랑에 보답하고 고국에도 한국인의 사랑을 꼭 전해 양국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j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