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 확률 90% 가스총…은행 강도라도 들었다면 '아찔'

입력 2019-05-02 10:29   수정 2019-05-02 16:43

불발 확률 90% 가스총…은행 강도라도 들었다면 '아찔'
재탕 사용으로 7년 된 약제 탄·통 유통되기도…점검 강화해야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정기적으로 찾아와서 가스총 탄을 바꿔줘서 고맙게 생각했는데, 모두 못 쓰는 탄이었다니 기가 막힙니다. 은행 강도라도 들었다면 정말 큰 일 날 뻔했습니다."
2일 부산경찰청이 발표한 폐기대상 가스총 탄 재판매 일당으로부터 탄을 납품받은 한 은행 지점장 말이다.
경찰에 따르면 가스총에 들어가는 약제 탄이나 통은 2년 안에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제조한 지 2년이 넘은 약제 탄이나 통은 액체가스가 미세하게 새거나 분출구 노즐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틈새가 생겨 가스가 제대로 분출되지 않는다.
폐기대상 약제 탄이나 통이 들어간 가스총은 아예 발사되지 않거나 발사 추진력이 떨어져 직선으로 7m가량 나가야 할 가스가 1m도 못 나가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한 가스총 탄·통 재판매 조직이 은행이나 공공기관, 세관, 소년원 등 6천여곳에 납품한 불량 약제 탄이나 통이 든 가스총의 불발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폐기해야 할 가스총 탄이나 통이 새것으로 둔갑해 유통되면서 제조한 지 7년이 넘은 탄이나 통이 보안이 생명인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에 납품되기도 했다.
불발 확률이 높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가스총을 차고 보안업무를 본 것으로 직접 확인된 기관만 900여 곳에 이른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가스총 탄·통 재판매 조직이 발행한 전자세금계산서를 토대로 전국 6천여곳에 불량 가스총 탄·통이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발 확률이 높은 가스총을 든 청원경찰이 근무하는 은행이나 공공기관에 긴급상황이 발생했다면 오작동으로 초동 조치가 불가능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금융권과 공공기관에서는 가스총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치명적인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sh998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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