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끌어들여 지방정부 사업 추진하다가 파국…투자자들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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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민간자본과 지방정부의 중개인 역할을 하던 한 기업의 파산으로 중국 전역에 만연한 민관협력 프로젝트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부동산 개발기업 JC그룹이 실질적인 파산 상태를 맞으면서 이에 투자했던 수백 명의 투자자는 항저우시 공안 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JC그룹의 개발사업에 협력했던 지방정부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면서 감독 실패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사회 통제가 엄격한 중국에서 이러한 대규모 탄원이 이뤄진 것은 JC그룹이 벌인 사업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자 웨이제가 2008년 세운 JC그룹은 지역 개발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원하는 지방정부와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올리기 원하는 민간 투자자 사이에 일종의 중개인 역할을 했다.
JC그룹은 '행복 마을', '아시안게임 마을', '가재 마을' 등 지방정부의 입맛에 맞는 각종 지역 개발사업을 구상해 지방정부와 협약을 체결한 후 이를 민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삼았다.
최대 연 12%의 수익률을 약속한 JC그룹의 선전에 3천800여 명에 달하는 투자자가 모여들었고, 이들은 일 인당 최소 100만 위안(약 1억7천만원)을 투자했다.
지방 정부들이 JC그룹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려는 열망이 작용한 탓이 컸다.
2050년까지 현대화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시 주석은 지방 정부들이 낙후한 농촌 지역의 개발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정부들은 자체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었고, 이에 JC그룹과 같은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중국 전역에서 속출했다.
문제는 이러한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 지방정부의 '숨겨진 빚'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여기에 돈을 댄 투자자들은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JC그룹의 '아시안게임 마을' 프로젝트에 100만 위안을 댄 투자자 류리자는 "당국이 지지하고 선전하는 프로젝트라서 당연히 안전할 줄 알았다"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같은 성격의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마을' 프로젝트는 2022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저장성 내에 아시안게임을 테마로 한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SCMP는 "JC그룹 사태는 중국 경제에 숨어있는 '회색 코뿔소'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공식적인 금융 채널이 아닌 '그림자 금융'을 통한 자본 조달의 문제점도 보여줬다"고 전했다.
'회색 코뿔소'(Grey Rhino)는 예측이 어려운 돌발위험을 뜻하는 '검은 백조'(Black Swan)와 달리,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실제로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간과되는 위험 요인을 뜻한다.
중국에서는 지방정부의 과다한 부채 등이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로 꼽히며, 이를 우려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지방 정부들이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달 28일에는 항저우시 공안 당국이 창업자 웨이제를 비롯해 JC그룹 경영진을 체포해 불법 자금모집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국에서 불법 자금모집은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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