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국 경제위기때 역내 통화로도 자금 지원 추진

입력 2019-05-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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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국 경제위기때 역내 통화로도 자금 지원 추진
재무장관·총재 회의서 승인…원·위안·엔화 활용 거론
달러화 비중 커 실행까진 오래걸릴 듯…"논의 초기 단계"



(난디<피지>=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및 한중일 3국에 경제위기가 발발했을 때 달러화가 아닌 원화, 위안화, 엔화로 긴급 수혈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아세안 회원국과 한중일 3국은 이날 오후 피지 난디에서 제22차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외환·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게 이번 회의의 주요 논의 사항이었다.
CMIM은 아세안+3 회원국을 상대로 외환·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위기 조짐이 보일 때 긴급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는 역내 금융안정 시스템이다.
회원국들은 "CMIM의 (긴급자금) 공여 시 역내 통화 활용에 관한 일반지침을 승인한다"는 1개 문장을 공동선언문에 추가했다.
위기 발생 국가에 긴급자금을 지원할 때 CMIM이 기축통화인 달러화 외에 역내 통화로도 줄 수 있도록 한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승인한다는 의미다.
'역내 통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아세안 회원국 통화보다는 원화, 위안화, 엔화가 되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 아세안+3 회의에 앞서 한중일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별도로 회의를 연 뒤 "CMIM의 역내 통화 활용에 관한 일반지침을 환영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 중이며, 이미 기축통화국 중 하나인 일본 역시 엔화 사용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도 향후 논의 때 역내 통화에서 원화의 역할을 강조해 나갈 방침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제 지불수단 점유율은 달러화가 45.5%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엔화는 4.2%, 위안화(CNY)는 1.1%이며, 원화는 지불수단으로는 국제시장에서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채택된 역내 통화 활용방안은 장기적 관점에서 합의한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실제로 세부 방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역내 통화를 활용한 지원방안에 대해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이날 공동선언문에는 CMIM 등 역내 금융안전망의 실효성 확대를 위해 ▲ 국제통화기금(IMF) 연계자금의 지원기한 폐지 ▲ 신용공여 조건 부과 확대 ▲ IMF와의 협력 메커니즘 제고 ▲ 대외 커뮤니케이션 개선 등의 내용도 담았다.
이밖에 역내 감시기구(AMRO) 활용, 아시아채권시장 발전방향(ABMI) 추진 등의 내용이 합의됐다.

이번 회의에 한국 대표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홍 부총리는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과 거버너 총회에 참석해 지난해 ADB의 성과와 올해 예산안을 논의한다.
홍 부총리는 특히 차기 ADB 연차총회가 인천에서 열림에 따라 차기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 역내 통화 강화 ▲ 혁신적 지식 공유 ▲ 거시경제 복원력 강화 필요성 등 ADB 개발협력 정책 방향을 제언할 예정이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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