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커스 페스티벌'서 해외 4개 작품 국내 초연…고난도 기예 선보여
마포 문화비축기지서 한 달간 '서커스 축제'…국내외 14개 작품 전 공연 무료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안 돼! 안 돼!"
악사의 외침에도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광대는 6m 높이의 수직 봉 꼭대기에 올랐다. 잠시 주저하는 듯하더니 거침없이 봉을 타고 미끄러지듯이 땅으로 낙하했다.
광대의 몸은 땅에 닿기 직전 가까스로 멈췄다. 봉을 잡고 있던 손이 브레이크 역할을 한 덕분이었다.
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야외마당에서 열린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서커스 캬바레' 사전 공연의 한 장면이다.
아슬아슬한 낙하 묘기는 이후로도 두 번 더 반복됐다.
매번 어수룩한 표정과 주저하는 듯한 광대의 태도가 보는 이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이미 등장할 때부터 뒤편 언덕에서 요란하게 굴러떨어지며 관객을 긴장하게 했던 광대다웠다.
이 공연은 프랑스 갈라피아 서커스단이 선보인 '사탕의 숨결'이다. 복잡한 내면의 감정을 광대의 몸짓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초연으로 국내 공연에는 서커스 예술가 김선혁 씨가 배우로 참여한다.
'서커스 캬바레'에서는 '사탕의 숨결'을 포함해 해외 서커스팀의 4개 작품이 국내 관객과 처음으로 만난다.
벨기에 라 시드 부르종 팀이 이날 선보인 '이노센스'는 바이올린 연주와 피겨 스케이팅를 결합한 듯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남녀의 관계를 표현한 이 작품에서 여성 곡예사는 남자 파트너와 함께 흡사 피겨 스케이팅에서 볼법한 기술을 선보이면서도 바이올린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남자의 정수리 위에 한 발로 서서 바이올린을 켜다가 순식간에 남자의 어깨를 타고 내려왔다.
남자 파트너는 공연 내내 여자를 온몸으로 떠받치며 휘파람으로 장단까지 맞췄다.
국내 작품 중 눈길을 끄는 건 한국 서커스의 산증인 안재근 씨의 '스토리 서커스-根(뿌리)'다.
이날 사전 공연에서 그는 저글링부터 손바닥만 한 크기의 초소형 자전거 타기까지 50여년 동안 몸으로 체득한 기술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선보였다.
국내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은 외줄 타기를 행위 예술로 승화한 '태움'으로 공연에 무게감을 더했다.
올해 2회째인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은 4∼6일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다. 해외 초청작 4편, 전통 연희인 쌍줄타기·솟대쟁이 놀이를 포함한 국내 작품 10편이 무대에 오른다.
모든 공연은 무료이나 실내공연은 예약을 해야 볼 수 있다. 1차 예매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페스티벌에 이어 5월 11∼26일 주말마다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서커스 시즌제' 공연이 열린다. 해외 1팀, 국내 13팀 등 모두 14개팀이 총 30차례 공연을 펼친다.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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