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어가 결정"…무어 "무자비한 공격, 더 가는 건 힘든 일"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후보로 낙점됐지만, 자질논란이 불거졌던 보수성향 경제학자인 스티븐 무어(59)가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무어가 연준 (이사 인준) 과정으로부터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22일 트위터를 통해 "매우 존경받는 경제학자인 스티븐 무어가 연준 이사에 지명될 것이라는 점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면서 무어를 낙점한 지 한달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어에 대해 "훌륭한 친(親) 성장주의 경제학자이자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서 "그는 모든 미국민을 위해 '비(非) 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번영을 만들어낸 감세와 규제 완화를 포함한 아이디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치켜세우고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성장을 향해 나와 함께 할 것을 요청했었다"고 설명했다.
무어의 낙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또 다른 연준 이사 후보 허먼 케인(74)이 자질논란으로 지난달 22일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데 이은 것이다.
무어는 그동안 케인과 함께 친(親) 트럼프 정치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연준 이사로서 부적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어와 케인은 지난해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옹호했었다.
무어는 2016년 '트럼프 대선캠프'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엔 '트럼프노믹스'를 지지하는 내용의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2002년 보수성향의 잡지 '내셔널 리뷰'에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이 아니면 남자농구 심판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칼럼을 기고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14년 8월 한 포럼에서 미국 중서부 지역 과제를 논의하면서 시카고를 높이 평가하면서 "신시내티나 클리블랜드에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럽고 불쾌한 곳이라는 의미인 '미국의 겨드랑이'(armpits)라고 표현, 신시내티와 클리블랜드를 비하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전 부인과 이혼 후 위자료와 자녀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으며 세금을 체납했다는 논란도 제기됐었다.
미 CNBC에 따르면 무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자질논란에 대한 비판을 겨냥해 "내 인격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나와 가족이 수긍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3개월 이상 더 가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무어의 낙마는 급작스럽게 이뤄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무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낙마 사실을 발표하기 2시간 전까지만 해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후보직을 고수할 것이며 백악관 관리들로부터 전날 통화에서 후보직을 계속 유지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밝혔었다.
WSJ은 6명 이상의 공화당 소속 상원 의원들이 무어의 인준에 유보적 입장을 표시했다면서 무어의 후보직 사퇴는 공화당 의원들이 우려를 제기한 이후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이날 "무어가 공식 지명되면 상원에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조니 언스트 상원 의원은 이날 "(인준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면서 무어의 과거 성차별적인 글을 염두에 둔 듯 "그의 글을 봐라. 나는 여성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연준 이사진 7명 가운데 2명이 공석이며, 케인과 무어의 잇따른 낙마로 트럼프 대통령은 2명의 후보 지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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