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수용소서 숨진 10대 소녀 이야기, 인스타그램서 '부활'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추모 유형"…"적절한 추모 방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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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숨진 10대 소녀의 이야기가 인스타그램에서 '부활'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억만장자인 마티 코차비와 그의 딸 메이아는 가상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홀로코스트 참상을 알리는 '에버 스토리스'(eva.storie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계정에 올라온 '만일 홀로코스트로 숨진 소녀가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제목의 영상은 13살에 나치 수용소에서 숨진 유대인 소녀 '에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국 배우가 연기한 영상 속 에버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1944년 유럽을 점령한 나치에 끌려가면서 수용소에서 짧은 인생을 마감한다.
이 영상은 실제로 75년 전인 1944년 10월 1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숨진 에버 헤이먼의 일기를 토대로 제작된 것이다.
기자를 꿈꿨던 에버는 13살이 되던 해인 1944년 5월 30일 헝가리에서 추방돼 5개월 후인 10월 1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숨졌다.
에버가 13살 생일을 맞은 1944년 2월 13일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어머니 아그네스 솔트가 추후 발견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후손이기도 한 마티 코차비와 메이아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나치의 유대인 학살 기간 10대들이 쓴 일기 수십 권을 읽었으며 그 가운데 에버의 일기를 선정했다고 전했다.
마티는 성명에서 "집중 시간이 짧은 디지털 시대에 증언과 추모의 새로운 유형을 찾는 것이 절실했다"며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에버의 삶과 영혼 속으로 깊이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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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수백만 달러가 들어간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이스라엘 전역에 걸쳐 거대한 광고판에 에버의 인스타그램 시작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덕분에 에버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일인 지난 1일 하루 만에 100만 명에 육박하는 팔로워를 모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및 영화 '원더우먼'의 여주인공이자 이스라엘 출신 배우 갈 가도트도 해당 영상의 시청을 독려했다.
그러나 에버 스토리스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음악가이자 교사인 유발 멘델손은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홀로코스트로 숨진 소녀의 가상 인스타그램 계정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며 적절한 방법도 될 수 없다"고 현지 매체 하레츠에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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