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유명무실 층간소음 대책, 국민 행복 좀먹는다

입력 2019-05-03 11:36   수정 2019-05-03 11:42

[연합시론] 유명무실 층간소음 대책, 국민 행복 좀먹는다


(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민 중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나머지는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에 산다. 아파트는 에너지 효율이나 관리, 보안에서 단독주택 등에 비교해 매우 유리해 국민 거주 유형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아파트는 층간소음에 취약해 거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아늑하고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사람은 늘어가지만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개선되지 않아 이제 이 문제는 '불편'을 넘어 '고통'이 되고 있다. 아파트 거주민치고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운 이가 드물 정도다.

그 고통을 누가 유발하는지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입주예정 아파트 등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184가구(96%)에서 층간소음 차단성능 등급이 사전에 인정받은 것보다 낮게 나왔다. 114세대(60%)는 아예 최소성능 기준에도 못 미쳤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토교통부 등이 운영 중인 대표적인 저감제도가 '지키는 사람만 이상한 사람 되는' 제도였던 셈이다.

건설업체들은 완충재 품질 성적서를 조작했고, 시범주택에서 층간소음 차단구조의 성능을 확인하도록 한 시공절차도 어겼다. 소음 기준 등의 제도는 말뿐이고, 업체들은 그저 짓기 쉬운 방식으로, 저비용으로 지은 셈이다. 그런 아파트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살고 있으니 층간소음이 안 날 리 없다. 이런 부실한 제도운영이 가능한 데에는 분명 엉터리 시공을 한 건설업자와 이를 감리한 감리업자, 준공을 승인한 지자체, 제도 운용 전반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의 책임의식 부재와 묵인, 부조리한 관행 등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층간소음 민원은 날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센터의 상담은 2만8천건을 넘는다. 전년 대비 23.6% 급증했다. 처음에는 참다가 이웃을 찾아가 호소하고, 그러다 싸우고, 나중에야 외부기관에 상담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층간소음에 고통받는지 짐작할 수 있다. 층간소음이 유발하는 이웃 간 갈등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소음을 내는 윗집에 보복하기 위한 고성능스피커가 시중에서 버젓이 팔릴 정도다.

이번 감사 결과 발표로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층간소음 대책이 강구되길 기대한다. 감사원은 문책 1건, 주의요구 7건, 통보 11건 등 총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통보했다. 국토부는 부정하게 인정서를 받은 8개 제품의 인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이런 미적지근한 조치로 층간소음이 줄어들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책임소재를 밝힐 수 있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기준에 미달하는 아파트를 시공한 업체와 이와 관련된 이에게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단 덮고 보자'는 행태는 더 공고해질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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