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쿠데타 시도 물리칠 때", 과이도 "무력봉기와 자유작전 촉구"
CNN "美정부, 과이도에 재정지원 검토"…美군사개입은 가능성 낮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주도한 군사봉기 시도가 이틀 만에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과이도 의장의 호소에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군 지휘관이 나오지 않으면서 정권을 무너뜨릴 동력을 얻지 못한 것이다.
다만 군의 충성을 재확인한 마두로 대통령으로서도 미국 등 서방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과이도 의장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워 당분간 정국 혼돈이 가중될 전망이다.
AP와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2일(현지시간) 과이도 의장의 군사봉기 계획이 실패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포르트 티우나 기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군 사령관들과 함께 등장해 건재를 과시하며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4천500여 명의 군 병력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전투의 시간이 도래했다. 베네수엘라에는 워싱턴의 달러에 자신을 판 반역자들의 쿠데타 시도를 물리치고 전례 없이 단합한 군대가 있다고 역사와 세계에 말하고 모범을 보일 때가 왔다"라고 말했다.
지난 이틀간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4명의 사망자가 나왔던 수도 카라카스의 거리는 격렬한 시위 없이 조용한 분위기였다고 AP는 전했다.
그렇다고 마두로 정권이 여세를 몰아 과이도 의장 측을 '제거'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AP는 이날 분석 기사에서 "베네수엘라가 다시 정치적 교착 상태 속으로 가라앉았다"며 "마두로와 과이도 양쪽 다 축출되기엔 너무 강하고 명백한 승리를 거두기엔 너무 약해서 어느 한쪽도 KO 펀치를 날릴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마두로 정부가 과이도 의장을 '쿠데타 세력'으로 규정하면서도 아직까지 그를 체포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현 상황을 교착 국면으로 보는 근거 중 하나다. 과이도 의장을 체포할 경우 미국 등 수십 개국의 외교·경제적 압박이 커질 것을 마두로 정권이 경계하고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회심의 군사봉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과이도 의장으로서도 상황을 반전시킬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마두로, 군 앞에서 건재과시…"이틀간 유혈 충돌로 4명 사망" / 연합뉴스 (Yonhapnews)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에 걸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베네수엘라 정책을 이끌었던 페르난도 커츠는 "이 카드(군사봉기)는 오직 한 번만 쓸 수 있다"며 "이미 그것을 써버린 이상 다른 어떤 카드를 낼 수 있을지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과이도 의장은 군사봉기 카드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파업과 시위로 당분간 반정부 운동의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과이도 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 나라의 모든 부문에 정권 찬탈의 중단을 위한 무력 봉기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군 병력의 헌법적 행동과 '자유 작전' 참여를 촉구한다"며 "하루 동안의 파업이나 다음 주 부문별 시위를 조직하고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FE 통신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은 오는 4일 지지자들에게 주요 군 부대로 몰려가 군의 헌법 수호를 촉구해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원하는 미국도 과이도 의장 돕기에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CNN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결된 베네수엘라 자산 일부를 해제하거나 대출을 통해 과이도 의장 측의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과이도 의장이 베네수엘라 군과 정부 공무원들에게 봉급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라고 복수의 미 정부 관리들이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군사 개입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비중 있게 고려하는 카드가 아니다.
AP는 미국의 군사 개입을 최후의 옵션 중 하나로 분류하면서 당장 실행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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