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것은 아베 정권" vs "헌법에 자위대 명기를"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헌법기념일인 3일 도쿄 도심 곳곳에서 개헌파와 호헌파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 고토(江東)구 임해광역방재공원에서 '5·3 헌법집회실행위원회' 주최로 열린 호헌파 집회에는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 등 6만5천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개헌 저지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결의했다.
이 집회에서 교토대의 다카야마 가나코(高山佳奈子) 교수(헌법학)는 "자민당이 마련한 개헌안은 기존 법률로도 대응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바꿔야 하는 것은 헌법이 아니라 아베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헌파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3시께부터 도요스와 오다이바 등 주변 거리를 행진하며 호헌 운동에 일반 시민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개헌파 단체인 '아름다운 일본 헌법을 만드는 국민모임'은 이날 도쿄에서 제21회 공개헌법 포럼을 열고 1947년 시행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헌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 모임에 비디오 메시지를 보내 내년에 개정헌법 시행을 목표로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를 명기하는 개헌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행 일본 헌법(9조1, 2항)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국수적 성향의 보수층 지지를 받는 아베 총리는 일단 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 근거 조항을 넣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다른 개헌파 집회에 참석해 "올 7월 참의원 선거는 헌법 개정 여부를 묻는 선거"라며 이 선거를 개헌 선거로 치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맞서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사민당 등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 지도부는 호헌파 집회에 참석해 개헌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을 다짐했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 국민민주당 대표는 한 집회에 참석해 "아베 정권이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통해 자위권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개헌의 깃발을 흔드는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며 올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호헌 세력에 표를 줘 개헌 논란을 끝내자고 주장했다.
사민당의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당수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헌법이 아니라 아베 정권"이라며 개헌을 추진하는 아베 정권에 일침을 날렸다.
한편 도쿄도 지요다에서는 1천1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개헌 찬성파 집회가 열렸다.
언론인인 사쿠라 이요시코 씨는 이 집회에서 "현행 헌법의 어디에 일본 문화의 향기와 전통이 담겨 있느냐"며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이 집회에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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