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지연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도 기존 방식대로 갈듯

입력 2019-05-05 07:06  

법 개정 지연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도 기존 방식대로 갈듯
4월 임시국회도 사실상 법 개정 불발…최저임금위 본격 심의 착수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기존 방식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당분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법 개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할지, 기존 방식으로 할지 곧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지난 1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설정한 구간 내에서 노사 양측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한 것으로, 노사의 밀고 당기기로 진행되는 기존 결정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3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을 기대했으나 법 개정이 지연되자 지난 3월 29일 기존 결정체계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당시 노동부는 법이 개정되면 새로운 결정체계에 따라 심의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에서도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 대립이 격화해 주요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최저임금법 개정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4월 임시국회는 오는 7일 종료된다.
노동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지 한 달여가 지났으나 아직도 법 개정은 오리무중인 셈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 최저임금을 반영하려면 최저임금을 오는 8월 말까지는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 내부에서는 새로운 결정체계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간설정위와 결정위 구성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당장 법을 개정해도 일정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대한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심의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최종 입장을 곧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4월 임시국회 종료일 바로 다음 날인 8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존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따른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류장수 위원장을 포함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8명은 법 개정에 따른 최저임금위 개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아직 수리되지는 않은 상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기존 결정체계에 따라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하더라도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노·사·공익위원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이 지난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전원회의에서는 일부 사용자위원이 류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해 노사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도 최저임금을 기존 결정체계에 따라 심의한다고 해서 이번에도 대폭 오를 것으로 예단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위가 형식상으로는 독립 기구이지만, 심의를 주도하는 공익위원들은 사실상 정부 방침과 보조를 맞추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 주요 인사들이 여러 차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최저임금위가 이번에도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릴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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