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방글라데시 12명씩 숨져…풍속 약해졌지만 위력 여전
인도 '힌두 성지' 푸리 등 큰 피해…단전·단수·침수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인도 동부지역을 휩쓴 초대형 사이클론 '파니'가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빠르게 이동해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3일 오전 8시께(이하 현지시간)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 상륙한 파니로 인도에서만 현재까지 최소 12명이 숨지고 116명이 부상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파니는 이어 토요일인 4일 오전 인도 동부 내륙을 가로질러 이웃 나라인 방글라데시에 도달하면서 추가 사상자가 속출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자국 내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나무가 쓰러지거나 건물 벽이 붕괴하는 와중에 6명이 숨졌고, 벼락에 맞아 나머지 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AFP통신이 현지 재난당국을 인용해 전했다. 부상자는 현재까지 최소 63명으로 집계됐다.
해변 지역을 중심으로 적어도 36개의 마을이 침수됐으며, 2천개 이상의 가옥이 파손됐다. 또 160만명 이상이 안전 지역으로 대피한 상태다.
애초 중심부 최고 풍속이 시속 205㎞ 달했던 파니는 현재 위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시속 80㎞ 안팎의 강풍을 동반하고 있다.
파니는 앞서 인도 오디샤주에도 인명 피해와 함께 곳곳에 단수·단전·침수 등의 상흔을 남겼다.
사망자 12명의 대부분은 강풍으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다만, 파니 상륙 24시간 전에 주 당국이 120만여명의 주민을 긴급 대피시켜 대규모 인명 피해는 막았다.
이번 사이클론으로 벵골만에 면한 오디샤주의 종교도시 푸리(Puri)지역의 피해가 특히 크다.
인구 20만명의 푸리는 힌두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자간나타 대사원이 있는 곳으로, 힌두교도들의 순례지이자 휴양지로 잘 알려졌다.
푸리는 파니의 이동 경로상에 위치해 직격탄을 맞았다. 가옥 지붕이 날아가고 나무가 뽑히는 것은 물론 전력 공급도 끊겼다. 푸리 주변 지역에서는 침수 피해도 다수 발생했다.
오디샤주 관계자는 "(푸리의) 피해 정도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완전히 파괴됐다"고 말했다.
오디샤주 주도인 인구 80만명의 부바네스와르 역시 파니가 할퀸 상처가 깊다. 이 도시에서만 현재까지 최소 6명이 숨졌다. 쓰러진 나무가 도로 곳곳을 막고 있으며, 전력 공급도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다.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된 부바네스와르 공항도 상당한 피해를 봤으나 복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이날 오후 항공기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인도 항공안전당국은 전했다.
가옥이 침수한 이재민, 대피 주민, 관광객 등은 현지 학교를 비롯한 여러 건물에 임시로 분산 수용됐다.
인도 재난당국은 현재 정확한 사상자 수를 비롯한 피해 규모를 추산·집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상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인도 벵골만에는 통상 4월부터 12월 사이 크고 작은 사이클론이 들이닥친다.
인도 현지에서는 파니가 1999년 이후 20년 만에 벵골만에 닥친 가장 강력한 사이클론이라고 평가했다.
1999년 당시에는 최고 시속 280㎞의 강풍을 동반한 초강력 사이클론이 30시간 동안 오디샤주를 할퀴고 지나가 무려 1만여명이 숨진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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