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창업허브 방문…수첩에 꼼꼼히 적으며 벤치마킹
"서울 잡아야 아시아 잡는다" 금융·핀테크기업 유치전
(런던=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가운을 입었으니 저를 받아줄 수 있습니까? 기술은 없지만, 펀드레이징(투자 유치)은 도울 수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농담에 좌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화이트시티 캠퍼스에 있는 '메드시티'(Medcity)를 찾은 자리에서다. 메드시티는 영국 동남부를 대표하는 바이오 창업 인큐베이터 시설이다. 박 시장이 공들여 세운 서울 홍릉 바이오허브와 유사하다.
박 시장은 메드시티 건물 지하에 입주한 '식스폴드' 연구실을 둘러봤다. 연구실은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과 현미경 등 실험 장비로 가득했다. 2016년 케임브리지대 출신 3명이 창업한 식스폴드는 항암제가 다른 정상 세포를 피해 종양을 정밀 타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창업자인 주재나 브르코스코 박사는 "사업 공간을 찾기 어려웠는데 이곳에 입주하게 돼 운이 좋았다"며 "빨리 성장해 위층의 더 큰 연구실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브르코스코 박사에게 서울 진출을 권하며 명함을 건넸다.
이날 박 시장은 메드시티 새라 헤이우드 최고경영자(CEO)와 상호협력 강화를 위한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앞으로 메드시티 입주 스타트업을 홍릉 바이오 허브에 유치하고, 홍릉의 우리 스타트업도 메드시티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이다. 2014년 설립된 메드시티는 3천500개 안팎 스타트업에 시설·홍보·투자 등을 지원해왔다. 박 시장은 메드시티 측의 프레젠테이션을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메드시티 방문에 앞서 박 시장은 영국 정부와 런던시가 조성한 IT 창업 허브 '테크시티'를 찾았다. 런던 동부 낙후지역에 2010년 세워진 테크시티는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스타트업 및 보육시설 밀집 단지로 발전했다.
박 시장은 테크시티 초대 CEO 에릭 반 데 클레이와 함께 '바클레이즈 라이즈', '구글 포 스타트업 캠퍼스' 등 대표 보육시설을 도보로 둘러봤다. 특히 출판소 등 이 지역의 쇠퇴한 건물들이 창업시설로 탈바꿈했다는 설명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는 "원래 허름하고 낡은 지역이 창업 클러스터가 됐다"며 "우리도 도시재생의 수단으로 창업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수많은 시중은행이 핀테크(스타트업에)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큰 기업들이 책임지고 스타트업 양성소를 하나씩 세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오전 런던 레오나르도 로열 세인트폴스 호텔에서 영국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 100여곳을 대상으로 '서울시 금융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박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서울을 잡아야 아시아를 잡을 수 있다. 서울로 오셔서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둬 달라"며 서울시의 해외기업 지원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설명회에 앞서 런던의 금융 특구 '시티오브런던'을 이끄는 피터 에스틀린 명예시장과 핀테크 기업인을 면담하고 "서울에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진출하면 공간·보조금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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