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골목별 대기오염까지 파악…박원순 "우리는 반성해야"

입력 2019-05-05 09:00  

런던은 골목별 대기오염까지 파악…박원순 "우리는 반성해야"
런던 대기질 개선 정책 자문한 프랭크 켈리 교수 면담


(런던=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 지도 앱은 오염이 적은 구간을 따라 길 찾기를 해줍니다. 10분 정도 더 걸리는 경로로 걸어가면 대기오염 물질 노출을 15%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20분 더 걸리는 경로로는 50%가량 줄어듭니다."
프랭크 켈리 런던 킹스 컬리지 교수의 말에 서울시 간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켈리 교수는 "저희는 120개 모니터링 지점을 통해서 20m×20m 수준까지 (공기 오염 상황을)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또 차량뿐 아니라 건물난방, 요리의 오염배출량까지 모두 더해 도로별 오염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오염이 악화할 것으로 예측되면 버스정류장 2천500개, 도로표지판 140개, 지하철역 270곳, 학교 3천500곳에서 경보를 보낸다"고도 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는 킹스 컬리지만큼 객관적이고 엄격한 파악이 부족하다"며 "아직 초보적이다.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씁쓸해했다.
중동·유럽을 순방 중인 박 시장은 3일(현지시간) 대기 질 전문가인 켈리 교수를 면담하고 서울의 미세먼지 해결책을 물었다.
켈리 교수는 런던의 대기 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지난달 도입된 공해차량 운행제한 제도 '초저배출구역'(ULEZ·ultra-low emission zone)이 대표적이다. 이는 런던 중심 혼잡구역에 진입하는 경유차 등에 24시간 통행료를 물리는 내용이다. 서울시가 7월부터 사대문 내 노후경유차 진입을 막기로 한 것과 비슷하다.
켈리 교수는 "런던의 현대 대기오염원은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라며 "2016년 기준 도로교통수단이 미세먼지(PM-2.5) 발생량의 64.9%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초저배출구역 정책의 목표는 차량 운행제한"이라며 "어려운 정책이지만, 런던시장은 이를 통해 도시가 더 나아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켈리 교수는 초저배출구역 정책을 반대하는 시민 비율이 10% 수준에 그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그간의 연구를 통해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 태아가 공기 오염에 영향을 받거나 학교에 간 아이들의 폐가 오염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런던 시민들은 공기 오염 문제를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켈리 교수 등이 참여한 킹스 컬리지 연구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간 런던 시민 최소 4천명이 공기 오염으로 천식이나 폐 질환이 악화해 입원했으며 이 중 1천명이 14세 이하 어린이로 파악됐다.
켈리 교수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한국의 대처 방안을 묻는 말에 "현재 서울이 당면한 과제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미세먼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탄생해 어디서 날아왔는지 정밀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박 시장은 "날아오는 미사일이 어디서 오는지 파악하고 원점 타격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중국 영향 등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훨씬 정교하게 (추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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