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반발…"선거 관리기구 압박 중단하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25년 만에 이스탄불 시장선거에서 집권여당이 패배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선거관리기구를 대놓고 압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경제인 행사에서 "우리 동료 시민들이 (이스탄불에서)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금까지 나는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면서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있는 게 명백하고, 부정이 저질러진 것도 명백하다"고 주장했지만,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서서 그들의 의견을 알아보자"면서 "국민의 바람 그대로를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3월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이 전국적으로 42%가 넘는 득표율을 얻어 승리했지만, 지방선거 승패의 또다른 지표인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 광역시장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이스탄불에서는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투표 후 17일간 재검표 끝에 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를 1만4천여표 근소한 차로 꺾었다.
AKP는 이스탄불 선거에서 '조직적인 부정'이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최고선거관리위원회'(YSK)에 이스탄불 선거를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결정하라고 요청했다.
이스탄불 수사 당국은 최근 대대적인 선거 부정행위 수사에 나섰다.
야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거 압박에 반발했다.
CHP의 파이크 외즈트라크 대변인은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에 패배를 인정하고 YSK에 압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외즈트라크 대변인은 또 "YSK가 투명한 기구가 되는 길은 오직 하나, 규정과 전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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