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질병 들먹였다고 경질?…英 前국방 반발로 메이 '설상가상'

입력 2019-05-05 12:51  

총리 질병 들먹였다고 경질?…英 前국방 반발로 메이 '설상가상'
英국방 "기밀누설 혐의는 마녀사냥" 주장…법적 대응 천명
언론 "메이 총리의 당뇨병 비난 들통나 경질" 보도…진실공방 양상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과 관련한 국가안보회의(NSC) 논의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는 이유로 최근 경질된 전 영국 국방장관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대혼란에 이어 지난 2일(현지시간) 지방선거의 참패로 사퇴 요구에 내몰린 테리사 메이 총리로서는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였다.
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윌리엄스 전 장관은 총리실이 지적한 NSC 기밀누설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를 "낡고 신빙성 없는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울러 이번 일에 대한 철저하고 공정한 사법기관의 수사를 촉구했다. 향후 법적 분쟁에 대비해 변호사에 자문하고 있다고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경질 결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모양새다.
그의 이러한 반응은 자신의 혐의를 조사한 경찰이 '공무상 비밀보호법'에 저촉되는 중요 정보가 없어 범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직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일간 더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5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윌리엄스 전 장관이 사적인 자리에서 메이 총리의 당뇨병을 거론하며 총리직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비난한 게 경질의 발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보수당 내 한 고위 인사가 경질 발표 몇주 전 만찬 자리에서 윌리엄스 전 장관의 이런 발언을 엿들었고 이를 곧바로 총리실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윌리엄스 전 장관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경질 파문은 진실공방에 더해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국방 분야의 대외 정책을 놓고 메이 총리와 윌리엄스 전 장관 간에 이미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 누적돼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윌리엄스 전 장관은 남중국해 해상에 해군 함정 파견, 짐바브웨·나이지리아·케냐·이집트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 대한 군사적 개입 등 확장적 대외 정책을 추진했으나 메이 총리는 이에 반대해왔다.
국방부 한 관료는 이 신문에 윌리엄스 전 장관이 아프리카 파병을 위한 명분을 찾고 있었다면서 "그가 아프리카를 침공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전 장관은 메이 총리가 남중국해 함정 파견에 반대하자 업무 문서에 'fxxx the prime minister'('빌어먹을 총리')라고 휘갈겨 쓰기도 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이 역시 총리실로 보고됐다고 한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달 23일 NSC을 열어 고위 각료들과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 제품 사용 여부를 논의했다.
그다음 날 일간 텔레그래프는 정부가 핵심 부품은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되 비핵심 기술분야 부품은 공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민감한 NSC 회의 내용이 곧바로 언론에 공개되면서 보안 문제가 제기되자 영국 정부는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결국 지난 1일 윌리엄스 전 장관을 '정보 누설자'로 지목해 경질했다.
당시 총리실은 "허가받지 않은 정보를 유출한 그(윌리엄스 장관)의 행위에 대한 조사 결과가 통보됐다"면서 "총리가 그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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