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분실한 3천만원 환경미화원 덕분에 되찾은 재일교포

입력 2019-05-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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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서 분실한 3천만원 환경미화원 덕분에 되찾은 재일교포
3박 4일 부산 가족여행 마치고 보안구역 의자 밑에 두고 출국
청소하던 환경미화원이 발견해 분실물센터 통해 경찰에 신고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공항에서 일하던 환경미화원이 현금 3천만원이 든 가방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주인을 찾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돈은 70대 재일교포가 노후 자금으로 모은 돈 일부였다.
5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2일 오후 10시 40분 김해공항 국제선 보안구역을 청소하던 환경미화원 A(49)씨가 의자 밑에 있던 갈색 명품 가방을 발견했다.
주인을 찾으려고 주변을 수소문하던 A씨는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하자 다음날 새벽 유실물센터를 통해 공항경찰대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주인을 찾으려고 가방 안을 확인해보니 돈뭉치가 3개 들어있었다.
무려 엔화 291만엔. 우리 돈으로 3천만원 거금이었다.
김동욱 공항경찰대 안전1계장 등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가방에 있던 은행 서류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세관 협조를 받아 가방 주인이 전날 일본에 귀국한 오사카 거주 재일교포 B(72)씨라는 것을 확인한 뒤 어렵게 B씨와 연락이 닿았다.
B씨 사연을 들어보니 가방에 든 돈은 B씨 부부가 노후 자금으로 쓰려고 수년간 국내 은행에 정기적으로 예금한 돈 일부로, 부산 가족여행 중에 인출해 귀국길에 가져가려던 것이었다.

B씨 부부는 딸 부부, 8살과 10살 손주 2명과 올해 4월 29일 입국해 3박 4일 일정으로 부산을 여행한 뒤 5월 2일에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노부부는 공항 보안구역에서 손주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돈 가방을 의자 밑에 둔 채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에 도착한 후 뒤늦게 가방 분실 사실을 알게 됐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와중에 한국 경찰의 연락을 받게 됐다.
B씨는 딸과 함께 5일 부산행 비행기를 타고 와 가방을 되찾았다.
경찰은 노부부가 일본 은행 금리가 0% 수준이어서 부산에 올 때마다 엔화를 들고 와 국내 은행에 예금한 것을 확인하고 향후 세관을 통한 외화반출 신고절차 등을 안내했다.
B씨는 "삼대가 행복해야 할 부산 가족여행이 자칫 아픈 상처로 남을 뻔했는데, 한국인의 따스한 마음으로 또 한 번의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쁘고 외화신고 안내까지 도와준 한국경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가방을 신고한 A씨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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