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 달 40만원 일용직서 노동자 권리 보호 노무사로

입력 2019-05-06 08:30   수정 2019-05-06 13:33

[사람들] 한 달 40만원 일용직서 노동자 권리 보호 노무사로
조선익 노무사 "노동법이 가장 친근한 법 되도록"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컨테이너 숙소를 제공하는 공사장에서 한 달에 40만원 받고 일하고도 뭐가 문제인 줄 몰랐던 시절도 있었어요."
올해로 8년째 공인노무사로 활동 중인 조선익(36)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생 때부터 했던 아르바이트 생활을 이렇게 전했다.
지금은 어엿한 공인노무사로서 그들을 도우며 지역 사회단체 대표까지 맡아 활동하고 있지만 그에게 '그 시절'은 힘들었다.
조 씨는 10대 때부터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더 일찍 사회와 부딪혔다.
방학 때 하루 10시간씩 벽돌 짐을 나르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월 40만원만 받은 적도 있었고 서울의 유명 주상복합 신축 현장에서 일할 때는 한겨울 칼바람 때문에 안면근육이 마비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대학 대신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해야 했다.
군 제대 후 광주에서 시설관리직으로 일하며 앞날을 고민하던 그는 인성검사도 해보고 신문도 찾아보며 적합한 새 진로를 찾으려 노력하면서 독학을 결심했다.
조 씨는 "공부에 대한 결핍도 있었고 일용직 일을 하며 느낀 점이 많았다"며 "노무사가 되면 가족이나 주변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노무사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었던 그는 퇴근 후 공부하면서 노무사 시험을 준비했다.
두 차례 시험에 떨어졌지만, 공부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갔다.
기초가 부족한 탓인지 남들은 쉽다는 영어가 가장 어려웠다.
중학교 영어책부터 다시 붙잡고 공부하며 한 번 더 낙방한 끝에 2011년 1, 2차 시험에 연달아 합격했고 이듬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 사무실을 개업했다.

사무실 위치 탓인지 경비, 식당 근무, 아르바이트 등을 하다가 임금을 못 받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노무사 선임 비용 때문에 머뭇거리던 이들을 위해 무료나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사건을 수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근로자의 권리를 모른 채 그저 당하기만 했던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면 돈 때문에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막노동으로 어깨와 허리에 병을 얻어 사무실을 찾아온 한 부부는 수임 비용을 주기 힘들다는 데도 사건을 맡겠다는 조 씨의 말을 듣고는 사무실 한쪽에 쌓인 설거짓감을 치우며 그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건설현장에서 부당 해고됐던 한 노동자는 사건이 해결된 뒤 1년이 지나 "노동위원회에서 변론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노동자를 돕는 공부를 하기로 했었다"며 노무사 시험 합격 소식을 전해와 조 씨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조 씨는 보다 많은 사람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등학교나 기업을 상대로 연 40∼50회 노동법 강의를 하고 있다.
4년 전부터는 지역의 행정·권력을 감시하는 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광주시 출자·출연기관 인사 문제 등을 점검했고 최근에는 참여자치21의 공동대표까지 맡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그는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소외당하는 이들에 대한 법체계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조 씨는 "일상에서 가장 친근한 법이 노동법이 되는 세상이 올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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