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부각, '미사일' 표현 안쓴 폼페이오…대화 의지 강조

입력 2019-05-06 07:21   수정 2019-05-06 12:42

'단거리' 부각, '미사일' 표현 안쓴 폼페이오…대화 의지 강조
'모라토리엄 위반' 여부 선긋기 "美위협 아니다"…추가도발 빌미될수도
'北영양실조' 거론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 열어둬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북미협상 교착 상황에서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발사라는 '도발성' 행동에 나섰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쏜 것은 '단거리' 발사체여서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는 한편 북미 비핵화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의도된 '저강도' 도발에 휘말려 상황이 악화하고 1년 넘게 지속한 북미협상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와 ABC뉴스, CBS뉴스의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한 분석과 함께 북미대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확한 분석을 위한 미 당국의 평가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단거리(short-range) 발사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됐다",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것이 비교적 짧은 거리였으며, ICBM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느 순간에도 국제적 경계를 넘어서지 않았다"며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쏜 발사체를 '그것들'(they)이라고 지칭했을 뿐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 약속 위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북한이 그들의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을 위반했는지를 묻는 진행자에게 "한번 봐야겠다"면서도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은 이번 발사와 모라토리엄 위반과는 거리가 있다고 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노력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점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 당시에도 시험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도 탄도미사일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에 한 행동이 방해가 되지 않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 대화를 계속하기를 원한다"고 북미 대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그들과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갖고 있다"며 "완전하게 검증된 방식의 북한 비핵화를 위한 평화적인 해결 노력을 계속하길 원한다"고 대화의 손길도 재차 내밀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상황 악화를 자제하고 비핵화 합의 의지를 되새긴 것과 궤를 함께하는 것이다.
미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제재 해제를 위한 대미 압박용으로 풀이했으나, 미국의 제재와 압박 전략은 '불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발사로 인해 김 위원장은 (제재에 대한) 패스를 받는 것이냐, 아니면 더 많은 제재가 필요한 상황이냐'는 질문에 "제재는 바뀌지 않았다. 북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그것이 아마 오늘 김 위원장에게 어떤 부담을 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측의 공조 강화 흐름에도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의 이번 발사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과 만난 직후에 이뤄졌다"며 "우리는 여전히 적절한 반응을 평가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또 "김 위원장이 우리에게 진실을 말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비핵화가 일어나는지를 검증할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결과를 볼 것"이라며 비핵화 이행 및 검증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인터뷰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 비핵화 노력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시사한 대목이다. 지난 2월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정체한 가운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양측간 신뢰를 채울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심각한 영양실조 문제를 먼저 끄집어내며 대북 인도적 지원은 현 제재 틀에서도 열려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진행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합의 낙관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 역시 우리가 이(비핵화)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며 "지난 금요일(3일)에 북한 인구의 50%가 심각한 영양실조 위험에 처해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며 북한 기근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만약 핵무기들이 사라지면 북한에 엄청난 이익이 된다는 것을 그들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으나, '미국은 기근 대응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제재를 해제할 어떤 조치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당신은 인도주의적 지원은 허용된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하자면 제재는 북한 주민이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이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모라토리엄 위반이 아니라는 식으로 선을 그은 것은 북한이 추가적인 저강도 도발에 나설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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