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서 '창업선봉' 탈피오트·8200부대 출신 기업가들 면담
(텔아비브=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중동·유럽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현지시각) '창업 강국' 이스라엘을 방문해 서울의 창업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군 '8200부대'와 '탈피오트' 출신 기업인 20여명과 간담회를 하고 특수부대 전역자들이 IT·기술 창업을 선도하는 이스라엘의 문화를 같은 징병제 국가 한국에 이식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박 시장은 "이스라엘은 우수 인력이 군 프로그램을 통해 사이버 보안 등 기술을 더 훈련한 뒤 창업을 한다"며 "방위산업 강화뿐 아니라 나스닥 상장 기업까지 탄생하는 이런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알고 있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방정부와 함께 군 복무 청년들이 스스로 재능을 키우고 제대 후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교육·훈련하는 일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며 "귀국하면 그런 부분에 대해 (국방부와) 협의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8200부대는 사이버전에 특화된 정보부대로 16세에 치르는 징병검사 수학능력 시험에서 상위 11%에 들어야 입영 후보자로 받아준다. 히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란 뜻의 탈피오트는 시험 전국 1∼150등을 대상으로 한 과학·기술 장교 양성 프로그램이다.
이들 부대 출신들은 8∼9년 복무 기간 중 정보·통신·과학 등 전문지식을 실전에서 습득한다. 상당수는 제대 후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한다. 인터넷 보안업체 '체크포인트', 메신저 '바이버', 자율 주행 기술 업체 '모빌아이', 미국 나스닥 상장 제약사 '컴퓨젠'과 같은 이스라엘 유명기업 설립자 대부분이 이들 부대 출신이다. 군이 일종의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이어진 8200부대·탈피오트 출신 기업들과의 비공개 토론에서 "한국에서는 변호사, 의사가 되라고 하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도전하는 것이 부럽다"며 창업이 활발한 배경을 묻기도 했다.
이에 패널로 나선 이스라엘 이동통신사 셀콤의 론 쉬빌리 CTO는 "실패해도 괜찮다, 빨리 실패하고 배워라, 위험을 감수하라는 태도가 이스라엘 문화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캐피털 투자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창업 대국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도 중국, 캐나다에 이어 3번째로 많다.
박 시장은 7일까지 텔아비브에 머물며 바이오 창업 보육시설을 방문하고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요즈마 그룹의 이갈 에를리히 회장 등 주요 인사들과 만난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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