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보스트리지가 들려줄 슈베르트…"가끔은 학자 시절 꿈꿔"

입력 2019-05-06 12:07  

이안 보스트리지가 들려줄 슈베르트…"가끔은 학자 시절 꿈꿔"
서울국제음악제 '인간과 환경' 콘서트로 내한
"브렉시트 걱정, 제인 오스틴 고전 읽으며 잊으려 노력"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이 시대 최고의 리트(독일 가곡) 성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영국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5·Ian Bostridge)가 한국을 찾는다.
그는 오는 10, 12, 14일 사흘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와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은 인간과 환경을 주제로 한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자리.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를 차례로 들려줄 예정이다.
한국을 자주 찾는 보스트리지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늘 가고 싶은 나라다. 젊고 진지한 청중은 설렘을 준다"며 이번 방문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브람스, 슈만 등 다른 독일 가곡에 견줘 슈베르트 가곡만이 지니는 아름다움이 뭘까.
그는 "슈베르트는 리트 분야에서 가장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명작곡가다. 당연히 슈베르트가 리트의 기본 요건을 정의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그가 작곡한 멜로디는 놀랍다. 화음을 혁신적으로 사용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 '겨울나그네' 등 3곡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선 "슈베르트의 리트 레퍼토리 중 최고의 곡들이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노래하는 인문학자' 보스트리지의 이력은 독특하다.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 및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0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중 개인 레슨을 통해 스물아홉살에야 성악가의 길을 결심했다.
뒤늦게 발견한 투명한 음색은 1993년 런던 위그모어홀 데뷔 무대를 대성공으로 이끌었고, 이후 행적은 잘 알려진 대로다.
1996년 하이페리온 레이블에서 발매한 첫 음반인 슈베르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았고, 1998년 발표한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음반은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음반상을 석권했다. 그동안 그래미상 후보에 무려 15차례 올랐다.
2016년 한국어 번역본으로도 출간된 그의 저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13개 언어로 출판된 베스트셀러다. 그는 이 저서에 대해 "제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
학자로 살던 조용한 시절이 그립진 않을까.
"가수로서 저는 정말 환상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일거리가 충분히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대학 시절로 돌아가 하루 정도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는 가수의 삶을 사랑하는 동시에 학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길 게을리하지 않는 듯했다. 2021년 출판을 목표로 오페라 극의 역할에 대한 책을 쓰고 있으며, 전쟁·인종·젠더를 다루는 강의도 준비 중이다. 영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도 고민거리다.
보스트리지는 "지금 영국은 국민 모두 브렉시트 걱정에 빠져 있는 실정"이라며 "저는 제인 오스틴, 스탕달 등 고전을 읽으면서 잊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반도 문제 가운데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게 있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대부분 사람이 미국과 북한, 남한의 삼각관계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대체로 유럽이나, 심지어 미국 사람들도 한국전쟁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긴 전쟁이었는지는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공연 티켓은 인터파크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9만∼12만원.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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