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키프로스 해역 시추 예고…에르도안 "터키·北키프로스 권리"
키프로스 "우리 EEZ 내 불법 시추"…EU·美 "심각하게 우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1970년대 키프로스와 터키의 전쟁 이후 40여년만에 동(東)지중해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총칼을 겨눈 전쟁이 아니라 동지중해에 풍부한 자원을 둘러싼 다툼이다.
터키 외무부는 북(北)키프로스 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의 승인을 얻어 북키프로스 주변 해역에서 에너지 탐사 시추를 시작할 것이라고 앞서 3일 발표했다.
외무부는 시추 작업이 9월까지 진행된다고 예고했다.
시추선은 현재 키프로스에서 서쪽으로 60㎞ 떨어진 동지중해 해상까지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계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은 터키 시추선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 시추에 나서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키프로스 당국은 6일 터키 시추선 승무원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키프로스 외무부는 9일 부쿠레슈티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외무부는 이에 앞서 5일 동지중해에서 시추를 중단하라고 터키에 촉구했다고 일간지 휘리예트 등 터키 매체가 보도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도 터키의 시추 계획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4일 키프로스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시추를 하려는 터키의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국무부의 모건 오태거스 대변인도 5일(미국동부 현지시간) "키프로스공화국이 배타적경제수역으로 여기는 해역에서 터키가 시추를 시작하려 한다는 발표에 미국은 깊이 우려한다"고 밝힌 것으로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오태거스 대변인은 "터키의 조처는 매우 도발적이며 주변 지역에 긴장을 조성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터키에 시추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력을 발휘하라고 당부했다.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반격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6일 앙카라에서 열린 제25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중해 대화 행사에서 "동지중해 자원에 대한 터키와 북키프로스의 권리가 정당하다는 것은 논쟁거리도 아니다"라면서 "터키는 터키와 터키계 키프로스의 권리를 수호하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다"고 다짐했다.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키프로스는 그리스계와 튀르크계의 충돌로 혼란을 겪던 중 1974년 그리스와 가까운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군이 섬을 침공해 북부를 점령,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그리스계 키프로스가 국제법적으로 인정받는 정식 국가다.
분단 후 그리스·키프로스와 터키·북키프로스는 동지중해 해상 경계를 놓고 이견을 빚고 있으며, 동지중해에서 대규모 자원 매장량이 확인되면서 갈등이 심화했다.
렉스 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이 장관직에 취임하기 전 약 11년간 회장을 지낸 엑손모빌 등 여러 서방 에너지 대기업이 키프로스 정부의 승인을 얻어 동지중해에서 에너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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