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버스기사가 '난폭운전 말라'는 승객에 하차요구 위협

입력 2019-05-07 10:31  

제주서 버스기사가 '난폭운전 말라'는 승객에 하차요구 위협
도, CCTV 조사결과 "버스기사가 불안감 조성 행동"…과태료 부과예정
해당 버스회사 "승객 욕설에 화가 나 잘못된 행동, 사과했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버스운전 기사에게 난폭운전을 하지 말랬더니, 버스 기사가 오히려 화를 내며 내리라네요."
지난 1일 오후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가는 간선버스를 탔던 정모(44)씨는 불쾌한 일을 경험했다.
정씨는 당시 버스 기사 A씨가 과속하며 중앙선을 넘는 등 난폭운전을 하는 듯해 버스 기사에게 "승객들이 많으니 조심해서 운전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돌아온 것은 버스 기사의 위협적인 하차요구였다고 말했다.
정씨는 "버스 기사 A씨가 자신과 몇분간 승강이를 벌이더니 갑자기 남원읍 산간도로 가에 버스를 세웠고 이후 자신이 앉아 있는 버스 뒷쪽으로 다가와 옷깃을 잡아끌며 '태워줄 수 없으니 내리라'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사이 이를 지켜보는 다른 승객들도 불안에 떨었다고 정씨는 전했다.
정씨는 현장에서 버스 기사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는 "승객이 버스 기사를 폭행하는 끔찍한 뉴스를 본 적이 있지만, 버스 기사가 승객에게 부당하게 하차를 요구하며 위협을 한 일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며 "해당 버스 기사는 불친절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버스회사는 "승객이 먼저 버스 기사에게 욕설을 했고 이에 버스 기사가 화를 못 이겨 잘못된 행동을 한 것 같다"면서 "회사 간부가 해당 승객에게 전화를 해 버스 기사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담당 부서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도 관계자는 "승객이 버스 기사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버스 CC(폐쇄회로)TV에 보이고, 버스 기사가 버스를 멈춰 세운뒤 뒤로 가서 해당 승객과 얘기를 한 후 잠시 운행하다가 다시 차를 세운뒤 뒤로 가서 해당 승객의 신체를 접촉하며 하차를 요구하는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 기사가 이런 행동을 하는 10여분간 버스에 타고 있던 모든 승객들이 매우 불안해하는 모습이 녹화됐다"면서 "사건을 제보한 승객의 말이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는 승객에 대한 버스 기사의 부당한 하차 요구 등을 이유로 회사측에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승객이 다른 승객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요금을 내지 않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버스 기사가 하차를 요구할 수 있다.
도는 또 해당 회사와 버스 기사 A씨를 대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는 2017년 8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해 버스 운전기사 인원을 대폭적으로 늘리고 불친절 운행 개선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친절 교육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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