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적극적인 '전화 외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30번째 전화회담을 성사시킨 사실을 공개하며 미·일의 '밀월'을 과시했다.
북한 문제와 미일 무역협상을 소재로 한 두 정상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 부과 위협으로 미·중 간 무역갈등이 악화하는 상황과 맞물려 대조를 이뤘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일본 시간으로 6일 밤 9시 42분께부터 약 4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30번째다. 대면을 포함하면 총 40차례 회담이 이뤄졌다.
이번 통화는 아베 총리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애초에 조율하던 7일보다 앞당긴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 4일 동해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와 대구경 방사포 발사 훈련을 하자 아베 총리는 이를 계기 삼아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하자며 워싱턴에 먼저 통화를 요청한 것이다.
실제 통화에서는 북한의 화력 타격훈련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가 부각하고자 하는 여러 현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두 정상은 북한이 쏜 발사체의 성격을 놓고 미일 전문가들이 공동 분석작업을 하기로 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에서도 긴밀히 협력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통화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도 거론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6~27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북일 정상회담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해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를 약속받았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함에 따라 한반도 주변 주요국 가운데 일본의 아베 총리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해 '재팬 패싱'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고, 이를 불식시켜야 할 아베 총리에겐 북일 정상회담이 시급한 외교적 과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미일 무역협상에서 속도를 내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이는 대립각이 한층 날카로워진 미·중 무역협상과 달리 미일 간 협상은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통화를 마치고 나서 밤늦은 시간임에도 관저를 담당하는 기자단에게 회담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미 백악관도 이번 전화 회담 후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를 어떻게 실현할지를 놓고 미·일 간 결속을 확인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무역 문제에 관해 얘기했다. 아주 좋은 대화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5~28일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 후 첫 국빈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6월 28~29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을 뒷배로 삼은 아베 총리의 행보도 더 부산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