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자외선 차단제의 주요 화학 성분들이 혈관에 예상보다 과다하게 침투한다는 사실이 미국 식품의약청(FDA) 소속 연구진들에 의해 밝혀졌다.
6일(현지시간) CNN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FDA 산하 의약품평가연구센터의 연구원들은 혈관내에 흡수된 이들 성분이 농도가 당국의 현행 가이드라인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실험 결과를 미국 의학협회 저널(JAMA)를 통해 발표했다.
23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스프레이와 로션, 크림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를 모두 4일 동안 하루 3차례에 걸쳐 전신의 75%에 바르도록 하고 7일 동안 혈액 테스트를 통해 주요 성분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분석 대상은 아보벤존과 옥시벤존, 옥토크릴렌, 에캄슐레 등 4종의 화학 성분이었고 혈관내의 농도는 FDA가 제시한 밀리리터당 0.5 나노그램(ng/mL)을 크게 상회했다.
아보벤존과 옥시벤존, 옥토크릴렌 등 3개 성분의 경우, 피부에 바른 지 하루만에 실험 참가자 전원에게서 혈관내 농도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옥시벤존은 여타 성분보다 50∼100배나 높은 농도를 가리킬 정도로 흡수율이 현저하게 높았다.
피부암은 미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질환으로, 매년 다른 모든 암질환을 합한 것보다 많은 피부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남녀를 불문하고 19번째로 발생 빈도가 높은 암질환이라는 점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피부암을 유발할 자외선을 차단할 용도로 많은 제품들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고 규제도 미약한 편이었다,.
비영리 보건환경단체인 환경 워킹 그룹의 데이비드 앤드루스 선임 연구원은 당초 자외선 차단제는 휴가 기간에 소량만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매일, 게다가 온몸에 바르는 것을 권장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체들이 지금까지 안전 테스트 요구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FDA가 비로소 이 문제를 따지기 시작한 셈이라고 말하고 더욱 철저한 테스트를 촉구했다.
업계 단체인 퍼스널 케어 제품 협회는 그러나 참가자들에게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2배나 많은 양을 바르도록 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소비자들을 혼란케 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 결과가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을 반드시 중단해야 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JAMA 논설을 통해 이를 언급한 DA 전직 의장인 로버트 캘리프 박사는 독자들에게 자외선 차단 성분의 혈관내 농도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고 오해하지는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험은 자외선 차단제는 물론 업게와 의사, 전문단체, 규제 당국이 이들 제품의 장점과 리스크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중요한 의문들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피부과 학회의 대변인인 데이비드 레펠 예일대 의대 교수도 이번 실험의 의학적 함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논평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자외선 차단에 공격적인 자세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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