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성모'에 무지개 후광?…폴란드 여성 신성모독으로 체포

입력 2019-05-07 15:24  

'검은 성모'에 무지개 후광?…폴란드 여성 신성모독으로 체포
극우 정부 "문화적 만행" 비난…유럽선거 지지층 결집 의도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폴란드의 한 중년 여성이 쳉스토호바의 '검은 성모'(블랙 마돈나) 성화를 모독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란드 내무부와 경찰에 따르면 51세의 이 여성은 검은 성모 성화를 모방한 포스터를 제작해 무단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당국은 특히 포스터 속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후광을 성소수자(LGBT)의 권리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꾸민 게 '신성모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해외에 있던 이 여성이 귀국하자마자 폴란드 중부 프워츠크시에 있는 자택을 수색했고 성모 뒤에 무지개 후광이 있는 포스터를 다수 찾아냈다.
경찰은 지난달 해당 포스터가 프워츠크 시내에서 발견된 뒤 배포 용의자를 찾기 위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은 성모 성화는 폴란드의 유서 깊은 가톨릭 성지로 잘 알려진 쳉스토호바의 야스나 고라 수도원에 보관된 그림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폴란드에선 검은 성모가 특별한 권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으며, 이 때문에 '기적을 일으키는 성모 마리아', '폴란드의 어머니' 등으로도 불린다.
검은 성모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3년 모국인 폴란드 방문 당시 참배한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가톨릭 신도가 검은 성모 성화를 보기 위해 매년 쳉스토호바로 순례길에 오른다고 한다.
요하킴 브루진스키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문화적 만행"이라고 규정하고 누군가에게 가톨릭 신자들의 감정을 모욕할 권리를 주는 게 자유와 관용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폴란드 법은 종교적 감정을 해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한다. 이 여성에게는 '신성모독' 혐의가 적용됐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2년의 징역형에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폴란드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폴란드의 집권당인 극우 성향의 '법과정의당'(PiS)은 이달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유분방한 서구적 가치가 압도하는 자국 현실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해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PiS 대표는 지난달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아동의 성적 대상화와 성 소수자 운동, 젠더 이슈 등을 폴란드 정체성을 위협하는 '수입 문화'라고 비난하면서 적극적인 대처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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