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발 우려 공개 꺼려…연수구-인천경제청 '책임 떠넘기기'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잦은 고장으로 제구실을 못 하는 인천 송도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용역 결과가 나왔지만, 관계 당국이 주민반발을 우려해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는 지난달 하순께 송도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의 최종 진단 용역 결과를 받고 공개 시점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의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간 진행된 이번 용역은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게 목적이다.
용역 결과에는 시설 보수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음식물쓰레기를 자동집하시설로 수거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결과는 2주가 넘도록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시설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면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했던 주민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수구는 용역 결과를 인천경제청에 전달했지만, 답변이 아직 오지 않아 공개를 못 하고 있다며 결과 공개가 늦어지는 상황을 인천경제청 탓으로 돌렸다.
연수구 관계자는 "자동집하시설은 구가 운영·관리하고 있지만, 소유주는 인천경제청이어서 구가 용역 결과 공개를 미룰 이유가 없다"며 "인천경제청의 답이 오는 대로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방침을 전했다.
반면 인천경제청은 해당 용역이 연수구가 진행한 것이므로 연수구가 자체적으로 결과 공개 여부를 정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용역의 주체가 연수구인데 인천경제청이 용역 결과에 대해 공개 여부를 결정할 권리는 없다"며 "다만 시설 소유주가 인천경제청이고 관리·운영 주체가 연수구인 만큼 용역 결과, 시설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통보해주면 내년 예산에 반영해 시설 보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문제에 적극적인 쪽은 오히려 주민이다.
송도 주민들은 지난 3월 박남춘 인천시장이 연수구를 방문했을 당시 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해법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연수구는 주민들의 제의에 따라 민·관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에도 협조 요청을 보낸 상태다.
송도 주민 박모(34)씨는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이 있는 청라국제도시는 시설 문제점을 인지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쓰레기차로 수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는데 송도는 같은 문제가 있음에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송도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송도국제도시 1∼7공구에 설치된 53.6㎞의 생활폐기물 지하수송관로와 7개의 집하장으로 이뤄진 시설이다.
하루 평균 35t의 쓰레기를 지하수송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모아 폐기물 처리시설로 보낸다.
그러나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하나의 관로를 통해 일정 시간 간격으로 집하장으로 보내는 방식이라 두 종류의 쓰레기가 뒤섞이면서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2006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초기 설치 단지의 경우 10년이 지나면서 잦은 고장과 비효율적 운영으로 민원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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