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년 된 '미술올림픽' 여성 비율 처음 절반 넘어…한국 성과도 기대
한국관, 역사를 비판적 젠더 감수성으로 고찰…본전시엔 이불·강서경·아니카 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세계 최고의 미술 축제인 베네치아비엔날레(베니스비엔날레)가 8일(현지시간) 사전공개를 시작으로 6개월 대장정에 돌입한다.
1895년 시작해 올해 58회를 맞은 베네치아비엔날레는 역사와 전통, 권위 모두에서 최고 비엔날레로 꼽힌다.
총감독이 기획하는 본전시와 국가별로 작가를 소개하는 국가관 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술 흐름을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 세계 미술계 파워맨부터 미술 애호가까지 60만여 명(2017년 기준)이 자그마한 도시에 몰려드는 이유다.
미국 출신 랠프 루고프(62) 총감독이 제시한 본전시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에 살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언뜻 덕담처럼 들리지만, 고대 중국인들이 주고받던 악담이 영어권에 흘러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결코 태평할 리 없는 '흥미로운 시대'는 불신과 갈등, 혐오로 위기에 몰린 오늘의 세태와도 겹친다.
루고프 총감독은 앞선 성명에서 "예술은 민족주의 대두를 막고 권위주의 정부를 끝내고 난민을 도울 수는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흥미로운 시대'에 어떠한 삶을 영위하고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지침은 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람객과 교감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예술에 방점을 찍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장 안(작품)에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장을 나선 관람객들이 그 경험을 가지고 밖에서 무엇을 하느냐다."(아트뉴스페이퍼 인터뷰)
루고프가 초청한 79명(팀) 작가가 옛 조선소를 개조한 아르세날레에서 각자 어떻게 '흥미로운 시대'를 풀어낼지 관심사다. 올해 본전시에 참여하는 한국인은 20년 만에 본전시에 다시 초대받은 이불과 지난해 아트바젤 발루아즈예술상 등으로 주목받은 강서경, 2016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휴고보스상을 받은 재미동포 아니카 이 3명이다.
비엔날레의 또 다른 축인 자르디니 국가관 전시는 각 국가가 기획력을 발휘해 대표 작가를 국제무대에 선보이는 자리다. 베네치아비엔날레만이 고수 중인 국가관 제도는 이 행사가 '미술올림픽'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처음 참가하는 가나, 마다가스카르,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을 포함해 90개국이 참여한다.
한국관은 김현진 예술감독이 남화연·정은영·제인 진 카이젠과 함께 전시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를 꾸민다. 무용가 최승희, 여성국극, 제주 바리설화 등을 통해 아시아 역사를 비판적 젠더 감수성으로 돌아보는 전시다.
김 큐레이터는 지난 3월 국내 언론 간담회에서 "역사와 맞서며 이를 관통해온 여성 주체를 부각할 것"이라면서 "역사를 다시 읽고쓰는 동력으로서 젠더 다양성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는 어느 때보다도 여성 존재감이 크다. 본전시 작가 79명 중 42명이 여성으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한국관 예술감독 및 작가, 본전시 한국인 작가 모두 역시 여성이다.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까지 베네치아비엔날레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여풍에 힘을 보탰다.
베네치아비엔날레는 11일 개막식 겸 시상식을 시작으로 공식 개막한다.
최고 국가관과 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황금사자상, 촉망받은 젊은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은사자상 등의 수상 명단에 한국 미술도 포함될지 주목된다.
11월 24일까지 이어지는 베네치아비엔날레 기간에는 윤형근(포르투니 미술관), 이강소(팔라초 카보토 미술관)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팝업 전시 등 한국 미술을 더 폭넓게 보여줄 행사가 이어진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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