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무장단체 PKK 지도자 외잘란, 8년만에 교도소서 변호사 접견
변호인 "외잘란, 시리아 사태 평화로 풀라 당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저를 위한 친구들의 저항을 존경합니다. 그러나 건강을 해치지는 마십시오"
터키 '감옥 섬'에서 종신형 복역 중인 쿠르드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71∼73세 추정)에게 8년만에 변호인 접견이 허용됐다.
터키 쿠르드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지도자 외잘란이 이달 2일(현지시간) 변호인 2명을 만났다고 변호인단이 6일 밝혔다.
외잘란을 면회한 레잔 사르자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2011년 후 처음으로 외잘란이 변호사를 만났다"면서 "접견은 한 시간 정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1999년에 케냐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협조로 터키 당국에 붙잡힌 외잘란은 마르마라해(海)의 감옥 섬 임랄르에서 복역 중이다.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터키가 2002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사형제를 폐지한 후 가중처벌 종신형으로 형이 대체됐다.
가중처벌 종신형은 독방 수감 등 복역조건이 더 엄한 징역형이다.
터키 의회 제3당이자 쿠르드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에 따르면 독방 수감 중인 외잘란에게 변호인 접견 허용 등 그의 수감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작년 11월 이래 전국 교도소에서 쿠르드 수감자 3천명이 단식투쟁에 동참했다.
8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르자 변호사는 "4명이 접견을 신청했으나 2명만 허용됐다"면서 "변호인 접견이 계속 허용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의 네브로즈 우이살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외잘란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외잘란은 변호인을 통해 "감옥 안팎에서 친구들이 저항한 것을 존경하지만 건강을 해치거나 죽음에 이르는 정도까지 몰고 가지는 말기를 원한다"고 당부했다.
외잘란은 시리아 쿠르드계가 헌법으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시리아도 '보존'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부분은, 터키의 민감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또 "시리아 사태는 분쟁을 피해 해결돼야 한다고 믿는다"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터키는 자국의 분리주의를 자극할 수 있는 주변국의 쿠르드 분리·독립 시도에 대해서도 극도로 부정적이다.
외잘란을 지도자로 여기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주력이지만, 터키는 이 부대를 PKK 연계 테러조직으로 다룬다.
1946∼1948년께 터키 남동부 쿠르드계 밀집 지역인 샨르우르파에서 태어난 외잘란은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1978년 터키 정치 혼란기에 그는 동료들과 PKK를 결성하고, 분리주의 투쟁을 시작했다.
PKK는 1984년 본격적인 무장투쟁에 나서, 주로 터키군·경을 상대로 공격을 벌였지만 민간인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터키 정부와 PKK의 충돌로 최근까지 군경과 무장대원, 민간인 수만명이 숨졌다.
이로 인해 터키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PKK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터키에서 외잘란은 테러조직의 수괴이자 '살인마'로 취급되나 전 세계 쿠르드 분리주의자에게는 영웅적 혁명가요, 스승이다.
추종자들은 존경과 애정을 담아 그를 '아포'(Apo)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아포는 외잘란의 이름 '압둘라'의 축약형인 동시에 쿠르드어로 '삼촌', '작은아버지'를 뜻한다.
투옥된 지 만 20년이 흘렀지만, 쿠르드 사회에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는 무장투쟁을 지휘한 동시에 사상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까지 터키 국내외에 소개된 저서가 40여권에 이른다.
외잘란은 민주주의, 마오주의, 생태주의, 양성평등주의, 지방분권주의 등이 결합된 사상을 구축했다.
의도를 놓고 논란이 있으나 외잘란은 차별과 억압의 대상이던 쿠르드 여성을 정치와 무장투쟁의 전면으로 끌어냈다. 그의 양성평등 사상 '지네올로지'는 '쿠르드 페미니즘'이라고도 불리며, 외잘란식 민주주의의 핵심 이데올로기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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